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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의 첫걸음 ㅣ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3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평점 :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겠지만 그중 최소한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얻고자 하는 것이란 어딘가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자아의 한 부분을 치료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서 치료'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특정 대상에게 행해지는 심리 치료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한참 몰입하여 읽어가면서 슬며시 드는 생각은 이것은 어떤 특정 대상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식하고 있지 못했을 뿐이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독서 치료'란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이 책과 이 책의 저자에 대한 것이 주루룩 화면에 나타난다. 그만큼 독서 치료라는 말의 유행만큼 일반인들에게 이것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 책은 많지 않다는 얘기도 되겠다.
머리글의 첫 마디 '나는 독서치료사와 동화작가,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2003년에 등단한 동화 작가이기도 하다. 오랫 동안 사회교육기관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독서프로그램, 독서 교육 강의를 해오다 보니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이 아이들이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아픔을 털어 놓는 것을 보고 독서 치료라는 것에 관심이 생겨 전문가 과정에 들어가 공부하게 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둘, 즉 '어린이들'과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푸른책들에서 펴내는 <동화읽는 가족>에 연재했던 원고들을 모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첫 장에 간략하게 독서치료에 대한 소개를 해놓았고 이후는 사례를 중심으로 독서치료 과정과 거기에 사용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이 주로 가지고 오는 문제는 두가지, 가정 환경에서 오는 문제와 또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라고 한다. 이 두가지 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들을 상담할 때에 주의할 점 한가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때로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줄 때 당사자보다 더 몰입, 감정이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으면 넘치고 너무 멀리 있으면 놓치기 쉽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에서 사랑하고 관심을 기울일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5쪽).
동시(童詩)를 자료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아이들의 마음에 말을 걸어본 예를 보자.
'어느 날 갑자기, 안경이 나를 벗어 버리면 어쩌지?, 공부 시간에 딴 생각한다고 의자가 나를 내려놓으면 어쩌지?'로 시작한다는 <걱정거리>라는 시를 소개하고 아이들에게 자기의 걱정거리를 써보라고 했단다. 다음은 엄마 아빠가 따로 사는 8살 연지가 쓴 내용이다 .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다른 동으로 이사 가면?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안 돌아오시면?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토요일에 안 오시면?
정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외국 가 안 돌아오시면?
그땐 정말 어떡하지?' (34쪽)
아이의 걱정, 불안이 그대로 들어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으면 다음은 주어진 환경에서 자아를 키우면서 행동을 수정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상담을 해나갈 차례라고 한다. 이때 사용한 책의 예로 제시된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은 메모해두고 나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 제시된 대로 아이들과 리본으로 묶을 수 있는 자기만의 작은 비밀책을 함께 만들고 각 장마다 한 쪽 페이지엔 '내가 슬플 때', 다른 쪽 페이지엔 '슬픔을 치료하는 방법' 또는 '슬플 때 웃게 하는 법'을 적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실행을 해보았다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슬픔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위의 연지라는 아이는 내가 슬플 때의 예로서 '선생님께 혼났을 때' 라고 적고 옆의 페이지의 슬플 때 웃게 하는 법 칸에 '나만의 책 두 권을 읽으세요'라고 썼고, '마음의 아플 때'에는 '그림을 그리세요', '소리를 질러서 시끄러워 속상할 때'에는 '운동을 10분 이상 하세요'라고 적었다.
같은 사건을 아이들이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다시 말해주는 것도 요령이다. 가령 부모의 이혼에 대해 '엄마와 아빠가 서로 생각이 달라서 떨어져 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해주고 (부모의 이혼을 다룬 아이들 책은 많이 나와있다), 아이들이 집중을 못하고 징징거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봐 달라는, 상담자와 교감하기를 원한다는 의미있는 신호로 이해했다는 저자의 말에 느끼는 것이 많았다.
누구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다스리고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가능하다. 부정적인 초기 아동기의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을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극과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책 속에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44쪽).
책을 좋아하고,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 책에 담긴 독서치료라는 것에 어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마지막으로 이 책에 인용된 맥신 조이라는 사람의 말을 옮겨와 본다.
아이들은 훌륭한 선생이다. 어른인 내가 아이들의 의미 세계에 무지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해도 그런 나를 비웃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내게는 항상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
두 번째 기회를 줄 줄 아는 어린이들은 정말 어른의 아버지 맞다. 사사건건 그들을 가르치려 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