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제의 나라 푸른도서관 1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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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타지 동화를 몇 권 골라서 읽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에 리뷰를 올린 <신기한 시간표>, <두로크 강을 건너서>에 이어 현재 국내에서 대표적인 역사 동화 작가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강 숙인 작가의 2003년 작 <뢰제의 나라>를 읽었다. <아, 호동 왕자> 이후로 그녀의 작품은 이것이 두번 째인 셈. 책의 제목을 보고 누구나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 했을 것이다. '뢰제'라는 이름때문인데 여기서 '뢰'는 우뢰 뢰(雷), '제'는 임금 제 (帝)로서 우뢰의 황제를 뜻하는, 작가가 어느 문헌에서 본 후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어 등장시킨 인물이다.
다섯 살때 사고로 아빠를, 1년 전엔 병고로 엄마를 여의고 경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다함이와 다예 남매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된다. 열두 번째 생일날, 다함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동생 다예의 축하를 받지만 일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울적해하며 엄마를 그리워 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러고 며칠 후 다함이가 우연히 동네에 나타난 문화재 도굴꾼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뒤를 쫓다가 발각되어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갑자기 가게 된 세계, 즉 저승 세계에 도착해보니, 다른 사람과 착각에 의해 잘못 불려들여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이야기는 흔히 들어오던 얘기처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작가의 각별한 관심과 지식, 상상력이 총망라하여 실로 흥미 진진하게 펼쳐 진다.  
역사적 기록에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보태어 구상되어진 이 책의 저승 세계는 뢰제의 나라로서, 동, 서, 남, 북으로 위치한 궁에 각각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네 신이 거주하며 뢰제를 비호하고 있다. 그런데 이 뢰제의 나라의 질서가 무너지는 일이 생겨나고, 그 질서를 다시 되돌려놓기 위해 뢰제의 아들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이 매년 뢰제가 잠들어있다는 궁으로 들어가는 도전을 하게 된다. 느닷없이 이 뢰제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게 된 다함이가, 그 젊은이 중의 한 사람과 함께 그 도전의 행로에 참여하면서 일어나는 열흘 동안의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저승 세계라면 막연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미지의 세계이지만, 그 또한 나름대로의 질서를 바탕으로 평화롭게 영위되어 나가는 하나의 세계로 그려지고 있으며, 인간이 아닌 신이 다스리고 있는 이 나라에서 힘과 권세가 신민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에 없는 기(氣)가 작용하여야 해결되는 일들이 있고, 그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설정은 저승 세계에 대한 신비함을 그대로 지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미래에 뢰제의 아들이 나타나서 뢰제의 나라의 무너진 질서를 다시 잡아주리라는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지는 전형적인 패턴인 것 같기는 하다. 한번 가진 신념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 섣불리 나서기 보다는 적절한 때가 되기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 그리고 친구, 동료 사이의 신의를 중요시하는 모습 등은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읽는 사람에게 조용하고도 확실한 목소리로 전달되는 가르침이기도 했다. 
물질적인 부나 무기, 기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확고한 신념과 질서, 믿음, 정신력(氣)이 강조되는 세계인 뢰제의 나라는 저승 세계이지만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이상향으로도 보여져서 사후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작가가 얼마나 큰 애정과 노력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엮어냈을지 짐작이 가며,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이렇게 훌륭한 환타지 동화가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해도 될 것 같아서 다 읽고 난 느낌이 무척 뿌듯한 책이었다. 

 

* 참고로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블로그가 있어 소개해놓고자 한다.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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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05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숙인 작가 역사 동화, 소설 많이 썼지요.^^
개인적으론 '초원의 별'이 제일 좋았어요. 영화를 만들어도 스케일 방대한 작품이 될 거 같은... 전엔 이분 블로그에도 갔는데 오랫동안 글이 안 올라와서... 오늘 간만에 님 덕분에 가봤어요.^^

hnine 2010-04-05 11:40   좋아요 0 | URL
제가 만약 영화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 읽을 때마다 영화로 만들고 싶어할 것 같아요. 작가 블로그에 가보니 역사 동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문단 데뷰도 환타지 동화로 했다고 하시더군요. 이 책은 역사와 환타지가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지요. '초원의 별'도 읽어봐야겠어요.

bookJourney 2010-04-05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희 첫째 아이가 흥미있어할 것 같은 책이에요. 우선 찜해둡니다. ^^

hnine 2010-04-05 11:40   좋아요 0 | URL
용이에게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아마 이분의 책들을 다 찾아서 읽으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