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로크 강을 건너서 웅진책마을 14
김서정 글, 한성옥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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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 서정은 아동 문학 서적의 번역, 평론으로 많이 알려진 분. 이 소설은 그녀가 펴낸 첫번 째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또한 그것이 환타지 소설로 분류되는 내용이라고 하여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게 되었다.
제목의 '두로크 강'은 실제로 존재하는 강은 아니고 두만강과 압록강을 합쳐서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혀 놓고 있듯이 이 책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된 것은 탈북자가 많이 건넌다는 연변의 두만강 가를 방문하고 나서라고 한다. 꿈꾸는 세상으로의 탈출을 위해 목숨을 걸고 건넌다는 그 강을 제목으로 내세운 데에는 어둡고 힘든 현실 속에 처해 있으면서 그 힘겨운 시기를 헤쳐나오려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마음이었다고 한다.
주인공들의 이름도 특이하다. 애이라와 챌리. 부모님이 늦게 까지 집에 돌아오시지 않던 어느 날 애이라와 챌리 자매는 영문도 모른채 군용 트럭에 태워진 채 비론이라고 불리는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내진다. 온통 회색으로 둘러 싸인 그곳에는 다섯 살에서 열 다섯 살 까지의 다른 많은 아이들이 수용되어 있었고 모두들 무표정한 책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먹으며 죽음, 자살, 질병, 그리고 질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처치, 굶주림, 견디기 힘든 추위 등 그 곳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들을 그저 버텨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들의 적나라한 묘사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 곳에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재후의 자살 사건 이후 애이라는 꿈결에서 들은 것 같은 '두로크 강을 건너라'는 지시를 따라 동생 챌리를 데리고 비론을 탈출해 두로크 강까지 가는 모험을 하기로 작정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며 무작정 나선 길이 순조로울 리가 없다.
그래서 고생 고생 끝에 두로크 강에 이르고 무사히 그 강을 건너는 것으로, 그래서 탈출에 성공하는 것으로 이 소설이 끝나느냐. 작가는 그렇게 뻔한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마지막 장을 덮는데 마치 얼마 전에 사람들 사이에 화제거리가 되며 종영되었던 어떤 드라마의 결말이 생각나기도 했고,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마지막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다. 구름 위에 하얀 성이 보이고, 그곳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나아가는 동생 챌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마지막 그림. 작가는 무엇을 마음에 품고 있었을까.
그림을 그린 한 성옥 역시 그림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분. 표지의 회색 첩첩 산중, 그 앞에 펼져진 두로크 강의 푸른 물결, 중앙에 보일 듯 말 듯한 두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가. 저 산속을 헤매고 다녔을 두 소녀의 모습이. 

문득 나는 그 어떤 형태의 두로크 강을 만난 적 있던가 생각해본다. 그 강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했었던가. 설사 애이라와 챌리와 같은 용기를 내지는 못했을지라도, 인생은 피해갈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다짐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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