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느끼는 햇살은 따사롭기 그지없다.
늘 어지럽고 산만하기 그지 없는 우리 집, 어제 밤에 걸레질까지 다 하고 잤건만, 어째 오늘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집안은 무슨 가축 우리 같으냐, 흑흑...
혼자 한숨 푹푹 쉬다가, 그냥 모른 척 하기로, 나도 그냥 한 마리 가축이 되어버리기로.
쌀, 김치 등을 주문하고, 아파트 관리비 내고서 와중에 그림 구경을 했다.
오늘 내가 고른 미술 작품 두 점.

있다가 아이에게 이 작품을 보여주고 얘기를 시켜봐야겠다. 뭐라고 제목을 부쳤으면 좋겠냐고.
양은혜 작가가 삼청동의 갤러리 Young에서 <Protection> 이라는 제목으로 11월 25일부터 전시 예정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 위 작품의 제목은 <엄마, 나 이 길로 쭉 가면 되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미술 책에 <우리 동네>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었다.
"오늘은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세요."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날, 아이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술 책의 그 그림을 따라 그리곤 했었다. 그림에 소질이 없던 나는 어딘지 복잡하고 어려워보이는 그 그림은 한번도 그려본 적이 없지만.
위의 그림을 보는 순간 그때 그 <우리 동네>라는 미술책의 그림이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이후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그 한페이지의 그림이 갑자기 시공을 뛰어넘어 연상이 된 이유는.
비숫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풍경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일러스트레이션 처럼 느껴지는, 정 지영 화가의 <지붕>이라는 작품이다. 파란 지붕들 사이로 가끔 삐죽삐죽 나와 있는 초록색 나무들. 채색이 특이해서 칠보를 입힌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스테인드 글래스 처럼 보이기도 하는, 자꾸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