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운이의 일기
어제 점심시간, 일찍 도시락을 먹고 운동장에서 미수와 농구 슈팅 연습을 했다. 키가 좀 더 컸더라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평소에 나보다 체육을 더 잘하는 편도 아닌 미수가 훨씬 골을 잘 넣는 것을 보니 미수의 큰 키가 부러웠다. 엄마한테 농구 공을 하나 사달래서 집 앞 체육 공우너에 가서 혼자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수돗가로 가는데, 저 앞에 영빈이와 호란이가 함께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둘이 무슨 얘기인가를 나누며 가고 있는데 무척 다정해보였다. 그러고보니 요즘 부쩍 영빈과 호란이 함께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본 것 같기도 하다. 모르던 애들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친한 편도 아니었는데, 같은 반도 아니면서 저렇게 붙어다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옆에서 얼굴의 땀을 물로 씻고 있는 미수에게 물었다.
"영빈이랑 호란이가 요즘 같이 다니는 걸 자주 보지 않니?"
"걔네 영어 원어민 과외 같이 한다지 아마."
"그래?"
"응, 캐나다에서 오신 선생님인데 강남의 학원에서 유명한 선생님인데 호란이네 엄마가 특별히 부탁해서 일주일에 두번씩 오신대. 영빈이랑 호란이 둘 만 하는 과외래."
"그래서 둘이 친해졌나보구나."
둘이서 학교 끝나고도 일주일에 두번은 함께 공부한단 말에, 그게 무슨 과외였던간에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저러다가 영빈이가 호란이와 아주 친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나도 영빈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퇴근하신 엄마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나도 영어 공부 하고 싶어요."
"갑자기 영어 공부는 왜? 하면 좋지. 하려므나."
공부하겠다는 데 말릴 엄마가 아니다.
"아빠한테 새운이도 영어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말씀드리지 뭐."
"난 영어 말하기 공부를 하고 싶어요, 엄마. 진짜 영어를 하는 원어민 선생님한테 배우는 영어 말하기요. 그래서 제가 다 알아봤어요."
"알아보다니 뭘?"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영빈이가 아주 잘 가르치시는 선생님에게서 영어 공부를 한대요. 저도 그 선생님한테 배울래요."
"아빠가 영어 선생님인데 굳이 다른 선생님한테 배울 필요가 있니?"
"아빠가 가르쳐주시는 영어는 좀 어렵단말예요. 그건 중학교 올라가면서 하고 지금은 영어말하기부터 할래요. 언니도 아빠한테 중학교 가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했잖아요."
학교에서 집이 오며 내내 생각했던 것을 엄마에게 쉴틈도 없이 말씀드리고 나자 속이 시원했다.
"아빠한테 상의좀 해보고."
영빈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나도 호란이처럼 영빈이와 함께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아빠께서 꼭 허락을 하셔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