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마녀야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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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현종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로서 관심이 가서 읽어보려고 했던 책은 이 책이 아니라 최근작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다가 읽고 싶던 책은 빠지고 같은 저자의 이 책과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세이렌' 세 권을 앞에 두고 어느 것을 먼저 읽을까 하다가 고른 것이 바로 이 책 '너는 마녀야'. 제목의 '마녀'라는 단어로부터 다소 엽기적인 성격의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을까 짐작했다면 그 짐작은 빗나가고. 주인공 '김 율미'는 마녀라고 불리기에는 살면서 언제든 어디서든 마주칠 것 같은 그런 성격의 여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등단하였으나 아직 이름이 크게 알려질만한 소설을 내지는 못한 신인작가인 그녀 김 율미. 저자 자신의 얘기인가 궁금해졌다. 주인공 율미가 그토록 집착하는 것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또한가지는, 사귀고는 있지만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어보이는 애인 '이 철수'이다. 나는 너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말을 남자로부터 수차례 듣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는 이 여자에게 남자가 종종 하는 말이 바로 제목과 같은 '너는 마녀야'.

별다른 사건이 없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소설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고 보니 내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많은 소설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 소설은 별다른 사건이 없으면서 특별한 감동이 남지도 않는다. 결혼은 자기의 야망에 걸림돌이 될뿐이라 생각하는 남자는 이 세상에 이 철수뿐 아니고, 남자가 그럴수록 더 그 남자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여자 또한 김 율미 뿐 아니라 흔하디 흔하다. 소설이 되려면 최소한 좀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헤어지자는 남자를 만나러 집으로 찾아가고,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어대고, 투정하고, 단둘이 여행을 가고 하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방식을 아예 되집거나 아니면 최소한 뭔가를 덧붙여서 말이다.
또한, 책을 다 읽어갈 때까지 한번도 주인공 여자의 진심이 진지하게 느껴져 오질 않았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쉽게 공감하고 감정이입 잘 하는 나인데도 말이다.
소설에 대한 그녀의 집착이 또다른 집착 대상인 남자와 동일 선상에서 보여져야 할지. 그것도 별로 마음에 안들고, 글의 초반부터 애완용 이구아나를 등장시킨 것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모호하다. 주인공의 직업과 경력이 작가와 비슷한 점이 많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잠깐 궁금해지는 정도의 흥미와, 어렵지 않게 읽혀지는 문장 때문에 끝까지 마칠 수 있던 책.
기대하고 읽은 소설인데 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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