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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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파인만이라는 사람은 1918년에 태어나 1988년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물리학자이다. 1965년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물리학 관련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의 다른 저서들처럼 물리학 관련 저서라기보다는 그의 회고록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어떤 분야애서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에게 물리학을 빼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쩌다 보니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읽게 되었는데 캘리포니아 공대의 앨버트 힙스가 이 책 앞의 추천사에서 잘 언급을 해놓았다. 이 책은 리차드 파인만의 개성과 인간미가 잘 드러나는 좋은 책이긴 하지만 그의 삶의 핵심인 과학을 겨우 스쳐 지나갔을 뿐이고, 그의 참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그의 삶의 원천은 과학이었고 그가 던지는 웃음과 농담은 비밀스러운 농담이 아니고, 사람들을 웃기고자 던지는 말들이 아니라 물리학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의 표현이었다고.   
이 책은 1,2,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 2부에는 주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아직 학생이던 시절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어, 그의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이나 행동들을 읽어가는 재미에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만, 뒤로 갈수록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의 오로지 관심있어 하는 것은, 물리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본론'은 어디까지나 물리학이라는 것이다. 그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과정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정도가 결코 아니었다. 전공 분야에 대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저자의 소신이라던가 어떤 철학적인 신념을 위주로 서술한 책들도 있다. 하지만 파인만에게는 그것에 할애할 시간이 있으면 아마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더 쏟았을 것으로 보여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비전문인으로서 흥미를 가지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렇게 많이 알려지고 읽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기획 덕분일까? 내가 보기에 파인만은 물리학 분야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유머가 넘친다거나, 기이한 행동이나 재치있는 언변으로 다른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즐기던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들을 듣고 간간히 웃음을 지으며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 중에서 내가 제일 열심히 읽은 부분은, 저자가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세계에 섞여 보고 싶어서 항상 그룹별로 앉아서 식사를 하는 전통이 있는 프린스턴 대학원 시절, 일부러 철학자들 사이에 끼어 식사를 해보고, 또 생물학자들과도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해보는 대목이었다. 세계의 다른 부분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자기 세계에 갇혀 살지 않고 다른 세계에 대한 이런 호기심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참 멋진 일 아닌가? 여기서 더 나아가, DNA구조를 밝힌 제임스 와트슨의 강의를 듣고 나서 엄청나게 흥분한 저자는 여름 동안 생물학 연구실에 얹혀서 그들이 하는 실험을 지켜보겠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결국 생물학 연구실 책임자의 권유로 생물학과 대학원생들과 함께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실제 연구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 결과를 가지고 하버드 대학 생물학과에 가서 세미나까지 하게 되는데 이르러 그는 신나서 외친다. 자기는 항상 이렇게 한다고, 어떤 일을 착수해서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는 식으로 말이다. 생물학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경험들을 했지만, 역시 나는 물리학을 사랑했고 물리로 되돌아가고 싶었다는 고백과 함께.
이 책이 저자의 의도와 조금 다르게 소개되고,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기대를 가지고 읽혀지는 것 아닌가, 조금 염려되고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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