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아래서 - 어른들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프간 소녀와 난민 학교 여선생의 삶과 희망의 노래 일곱색깔문고 4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김민석 옮김 / 오즈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위험한 하늘>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수잔 피셔 스테이플스의 소설이다.
2001,2002년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소설의 배경.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출판된 것은 2005년이고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것이 2008년이다. 제목이 <감나무 아래서> 인 것은,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지방의 어느 집 마당에 피난민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차려지는데 그 마당에 큰감나무가 드리워져 있고 그래서 학교 이름도 '감나무 학교' 로 불리우는 것과 관련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대열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그 자연환경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아빠, 오빠, 그리고 곧 태어날 동생을 가지고 있는 엄마와 함께 양을 치며 행복하게 살고 있던 소녀 나즈마는, 어느 날 오빠와 아빠가 탈레반에 끌려감으로써 엄마와 단둘이 남게 되고, 그 와중에 아기를 분만한 엄마와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중, 엄마와 갓난 동생 마저 눈 앞에서 폭격으로 숨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말을 잃는다. 이웃 가족을 따라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까지 갖은 고생을 다하며 피난길에 오르게 되고, 위의 '감나무 학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한 자락. 또 한자락의 이야기는 '감나무 학교'를 운영하는 미국인 출신 누스라트의 이야기이다. 미국에 와서 일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인 남자를 만나 이슬람교로 개종, 결혼까지 하고, 전쟁 중인 고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을 떠나온 여자이다. 남편이 아프가니스탄의 전쟁터에서 의료 활동을 벌이는 동안 파키스탄에서 나름대로 피난민들을 돕는 활동으로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 피난민 학교를 차리게 된 것.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전쟁터에서 오랫 동안 소식이 없는 남편을 기다리느라 그녀는 불안과 걱정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만 가고, 그러는 와중에 만난 소녀 나즈마의 딱한 사정에 동정심이 생겨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한다.

저자가 아시아 지역 특파원 출신이기 때문일까, 전쟁 상황을 그리는데 소설 형식을 빌기는 했지만 르뽀의 성격도 느껴지고, 현실 고발적인 분위기가 현장감 있게 전달되는 소설이었다. 미국인이면서 이슬람교인 남편을 만나 자신도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전쟁이 한창인 지역으로 남편을 따라 나선다는 설정은, 그런 주인공의 눈을 통해 저자가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벗겨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녀 자신이 직접 부딪혀 본 경험에서 나온 글이라는 것에서 설득력을 가지기도 하지만,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되는 전쟁, 테러, 납치, 살해 등의 사건들로 인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그 벽을 허물게 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 종교와 종교 사이에서 허물어지기 힘든 벽들이, 오히려 사람대 사람 사이에서는 좀 더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하였다. 어느 한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그 사람의 종교와 나라까지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역으로 진행되는 경우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피붙이라고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 나라에 계속 남아 피난민들을 위해 일할 여지를 남기는 미국인 여자 주인공이나, 목숨을 걸고 가야하는 길, 가난과 굶주림의 땅임에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터전이라는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어린 소녀는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면서도, 사람마다 종교나 국가에 상관없니,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있음을 말해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슬람교인 친구들을 두어본 경험이 있어, 그들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구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 또한 이 책속의 주인공처럼 이슬람교인 남자와 결혼하고 개종까지 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 핀란드 여성이 결국 결혼 생활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옆에서 본 기억이 나서, 저자의 의도대로 따라가며 읽히지는 않았지만, 잃을 것 다 잃었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또 열리는 새로운 길을 따라 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보며 받는 감동이 그보다 더 컸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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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09-08-2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엊그제 경은이한테 네 <서재>를 보여줬어.
엄마처럼 게으른 아줌마만 있는게 아니고,
열심히 독서하고, 자기 생각을 적는 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경은이는 개학 3일 남은 요즘은 학교 권장도서 읽느라 고생중.
읽고 싶은 책만 빨리 급하게 읽는 녀석이,철학책종류
딱 한장 읽으면 자고 싶은 책만 읽어야 하니...

hnine 2009-08-21 19:32   좋아요 0 | URL
나도 재미없는 책은 진짜 못 읽겠던데, 경은이 장하다.
내가 그래서 아직도 <종의 기원>을 못 읽었고, 대학때 레포트도 안 읽고 썼지 뭐냐.
경은이야 뭐, 알려줬어도 재미없는 서재 별로 구경할 거리도 없겠지만, 경은이에게 보여줬다는 네 말이 감동적이어서, 설겆이 하고 푹 퍼져 있다가 기운이 다시 반짝하고 났다. 역시 넌 나의 베프라니까 ^^

상미 2009-08-25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번 방학 숙제가 <게으름의 찬양 >, <다윈의 식탁>, <희망의 인문학>,
또 뭔가 한권 더 있었지...
어제 같은 반 엄마들 말 들으니까,
다 읽고 독후감 써간 애가 경은이밖에 없는거 같더라고.
나 안닮아서 다행이야.


hnine 2009-08-25 07:28   좋아요 0 | URL
<다윈의 식탁> 저자는 과학저술가 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비교적 젊은 세대이면서 글도 잘 쓰고 해박하고.
경은이가 독후감을 어떻게 썼을까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