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 Has Nothing to Do With It (School & Library)
Cynthia Cotten / Farrar Straus & Giroux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스케치북 한장을 부욱 뜯어낸 듯한 겉표지에, 인쇄된 글자를 하나씩 오려모아 붙인 것 같은 제목이 달려 있다. Fair has nothing to do with it 이라고.
한 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뭔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열 두어 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 뒤로는 스케치 작품들이 벽에 핀으로 꽂혀 있고, 한 켠엔 수학 연습 문제지가 붙어 있다.
주인공인 이 남자 아이의 이름은 마이클.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매우 바쁜 아버지 대신 외할아버지는 마이클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자 믿고 따르는 어른이었다. 어느 해와 다름 없이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식구들과 함께 외할아버지 댁을 찾은 바로 그날 외할아버지는 평소 좋지 않던 심장에 문제가 생겨 쓰러지시고, 결국 돌아가시고 만다. 그 날로부터 마이클은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시무룩한 채 마음의 문을 닫다 시피 하고 외할아버지만을 그리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아빠의 친구이자 이웃집 아저씨인 앤드류 아저씨의 일을 도와 주고 또한 그림을 배우면서, 그리고 새로 이사온 친구 멜라니와 친해지면서 점점 활기를 찾는데, 책의 끝 부분에 가서 이런 마이클에게 또 하나의 이별이 예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문체가 매우 평이하고 담담하게 쓰여진 글이고, 내용 상으로도 큰 반전이나 도약이 없으며, 속어, 비어 등은 물론 없어서, 읽기에 별 큰 어려움이 없는 책이다.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다가 흐뭇한 감동으로 결말이 나는 점이 읽는 나는 좋았으나, 또 한편 요즘 아이들도 이런 책을 읽을까 싶은 생각도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권장하는 도서에는 분명히 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라고 할까.
마이클이 앤드류 아저씨에게 그림 그리기를 배우는 중, 초상화 그리는 법에 대한 조언을 얻는데,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눈이라면서, 눈은 그 사람의 정신을 나타내는 창이라고 할 정도로 그 사람의 마음이 나타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다양한 표정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화가의 예로 나도 좋아하는 화가인 Norman Rockwell이 나와서 반가왔다. 나중에 보니 이 책을 누구에게 바칩니다 부분에 저자의 아버지를 들고 있는데 교사이자 화가였다고 한다. 다른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화가였다고.
외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가져온 슬픔의 시간을, 마이클은 자기의 마음과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일, 즉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또한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대조적으로 새로이 마음을 채우고 들어온 멜라니라는 새 친구의 출현으로써 극복해나간다. 하지만 작가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회자정리를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일까. 만남이 있으면 언제나 헤어짐이 당연하게 따라오는 일임을, 책의 말미에 보여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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