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을 마쳤다.
38장 시험지에는 38명 학생들의 필적이 있고 문제를 푸느라 고민한 흔적들이 있다.
보기 a위에 동그라미를 쳤다가, b위에 쳤다가, a의 동그라미위에 X를 하고 답을 b라고 적어낸 것을 보며 나는 추리해본다. 이 문제에 이 학생은 왜 a와 b를 놓고 고민했을까.
어떤 문제의 경우엔, 문제의 답이 바로 안 떠올랐는지 수업 시간에 배운 도표나 다이어그램 등을 빈 공간에 다 그려놓은 것도 본다. 내가 수업시간에 설명한 말이 그대로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남았는지 귀여운 낙서를 해놓은 시험지도 있다. 혼잣말인지 '헷갈려~~' 라고 써놓은 것도 있다. 생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시험지들.
기말고사 감독을 하고 나옴과 동시에 이제 나는 한 학기 동안 수업했던 그 학생들을 다시 볼 일이 없다. 그걸 알아서인지 시험지를 내고 나가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고 나가는 학생들도 있고, 시험지 한 귀퉁이에 한학기동안 수고하셨다고 쓴 학생들도 있다. 이번 학기도 열심히 함께 해준 학생들. 그들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