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OOO을 위한 추천도서!

문과 이과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를 보며 지인의 남편이 그러더란다. 문과에서 배우는 것이 도대체 뭐냐고. 어이 없기도 하면서 한편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짐작도 되었다면 이상한가?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 학교때, 문과 이과를 나눠야 하는 시기였다. '인문 사회과학 등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뭐냐. 이렇게 말하면 이것이 진리가 되고 저렇게 말하면 저것이 진리가 되는 것 아닌가? 그저 이렇게 저렇게, 그럴 듯하게 말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 아닐까? 자연 과학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능력과 지식의 한계때문에 밝히지 못한 진리는 있을 지언정,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즉, 정답이 있다.' 이렇게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이과로 진로를 정한 댓가를 톡톡히 치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깨지는 동안 복잡하던 머리 속이 더 복잡해지고, 머리 속에 쓸데 없는 생각이 많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최소한 위의 지인의 남편처럼 문과에서 배우는 것이 도대체 뭐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출간되고서 받은 관심은 무척 컸다고 본다.
 과학적 연구의 기본이 되는 '환원주의' 정도는 알고 있다면,
 과학적 연구 결과들만으로 모든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면, 그 호기심으로 책의 끝 페이지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통섭'이라는 말은 과학 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당분간 자주 등장할 것이므로, 한번 쯤 읽어두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연구 방법이라는 것의 헛점을 지적하고,
현대 문명이 과연 과거로부터 진보되었다고만 볼 수 있는가, 갈수록 결과는 쌓여가지만 더욱 편협화 되어 가는 과학이 아닌, 더 표용적이고 개방적인 과학으로 가야함을 얘기하고 있다.
미개하다고 치부해버린 과거의 어느 문명에서 우리는 또 다른 지식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어찌나 흡인력있게 설명하던지, 예상보다 훨씬 몰입해가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내가 한때 그랬듯이, 과학적 지식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더 나아가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하는 분야가 더 많은 것을 해결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데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테두리 안에 스스로 갖히기 쉽다. 그런 생각에서 깨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서 권할 만한 책이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신경생물학 실험실에서 직접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원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이름 난 예술가 여덟명의 예를 들어 자세히 보여준 책이다. 과학의 환원주의에 대해, 이것을 다시 통합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그의 생각에 공감하며 읽었는데, 원문을 본 적은 없지만, 우리말 번역이 좀 매끄럽지 않게 읽히는 부분들이 꽤 있어 원문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과학'을 한다고 말할 때 어떤 힘이나 권위 의식을 느끼는가? 그렇다면 왜그럴까. 과학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까?
그것은 과학이 가진 객관성과 정확성, 검증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과학 자체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 우리는 다시 인문학적 연구 방법을 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 책의 저자 장 대익은, 최재천 교수와 함께 '통섭'을 번역하기도 했으며 새로이 떠오르는 과학저술가 중의 한명이기도 하다.
토마스 쿤, 칼 포퍼 등 여러 사상가들이 등장함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별 다섯개를 주고도 남을 책이라 꼽는 책이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과학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이 연구가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저 그날 그날 맡겨진 실험을 수행해서 예상하던 결과를 얻는 것에만 급급하는 현실 속에서, 이렇게 그 너머의 생각을 하며 과학을 하는 사람도 있음을, 과학이란 그날 그날 실험을 실수 없이 해내는 것을 넘어, 호기심과 경외감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은퇴한 노학자가 아닌 연구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의학박사이며 미국의 여러 유명 대학의 학장, 병원장 등을 역임한 이 저자는 저술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이 책이야말로, 나이든 노학자의 과학 문명에 대한 회의와 과학 지상주의에 대한 조용한 경고가, 딱딱하지 않은, 마치 회고록이나 일기문 같은 친밀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제목은 이책에 실린 여러 글중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한데, 그가 즐겨 듣던 말러의 9번 교향곡이 언제부터인가 전쟁과, 생명 경시 사상, 물질 지상 주의에 대한 경고로 들려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순수한 감정으로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에 대한 내용이다. 과학을 소재로 삼기는 했으나 내용은 거기서 나아가 과학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아주 잘 쓰여진 에세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며 나는 실제로 세포내 소기관의 구조를 자주 떠올렸더랬다. 알고 보니 칸딘스키는 그의 그림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조직의 미세 구조를 관찰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실제로 세포나 생체 기관의 미세구조를 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도안이 있을까 느껴질 때가 많다.
칸딘스키나 클레는 워낙 대중적인 인기가 많은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특히 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소력을 가지는 화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친숙하고 익숙한 구성때문일 것이다. 미술과 상관없는 세상에 살고있다고 생각하며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들 그림부터 보여주겠다. 반짝거리는 종이 재질에, 그림이 많이 실려 학교 다닐 때 미술 교과서를 보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마지막 책이 좀 엉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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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3-3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과학 편식은 창의성에 독'이라는 글을 보면서 hnine님이 생각났었는데, 이 페이퍼를 보게 되네요. 정말 멋진 페이퍼에요.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별찜해 두었다가 꼭 읽어보아야겠어요. ^^

hnine 2009-03-31 20: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기사 봤어요 ^^ 과학과 미술도 그렇고, 요즘 읽는 책 '글쓰기의 최소 원칙'에서도 보니까 김훈 님은 과학적 글쓰기를 강조했더군요. 과학은 독단적이어서는 안될 것 같아요. 과학 자체를 위해서도요.
저는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받은 내용 훑어보다가 과학 관련 내용이 있으면 책세상님 서재에서 본 책들이나 글들이 생각나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