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하순 미술가족의 유럽여행
신하순 글.그림 / 성문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 여름, 남편과 아이는 유럽의 몇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가지로 무리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나는 동행을 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아빠와 많은 추억을 만들어 오기를 바라며 여행을 가는 당사자들 만큼이나 내 마음도 들떠 있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이웃 사촌이라는 말도 있고, 때로 한 집에 사는 가족보다 친구에게서 도움과 위로를 받을 때도 있겠지만, 늘 변함없이 '기댈 구석'이 되어 주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이 책은 아빠, 엄마, 8살 딸, 5살 아들, 이렇게 한 가족 네 명이 캠핑카를 타고 유럽의 5개국, 열 아홉 도시를 여행한 기록이다. 미술을 직업으로 하는 엄마, 아빠 덕에 주로 미술관, 그리고 아트 페어 장소를 찾아다니며 여행한 것이, 캠핑카로 여행을 했다는 것과 더불어 이 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기점으로 하여 스위스 바젤의 아트페어,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센터, 뮌스터의 조각 프로젝트 까지, 여기에 유명 미술관 까지 보태어 일정이 빡빡했을 수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알찬 여행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8살, 5살 아이들을 동행시키다 보니, 둘 다 그림 그리는 것이 직업인 부부가, 전시나 미술관 등을 더 자세히, 오랜 시간 둘러 보고 싶은 욕심을 다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걸 다 한번에 충족시키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고 떠난 여행인 듯 싶다. 그래도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가는 곳 마다 보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책에 실었는데 여행지의 사진보다 이런 스케치들이 더 특색있게 눈에 들어왔다.
카셀 도큐멘타를 둘러보고 저자가 아내와 나누는 얘기 중, 요즘 각 아트 페어나 자칭 국제전 이라는 전시들의 경향이 거창한 이름에 비해 다소 부실한 감이 있는 경우가 있고, 인기 작가에 편중된 기획, 또 이벤트 중심, 상술이 지배하는 전시가 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와 하는 대목이 있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곳으로 가야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는다는 인식이 미술계의 한 흐름이 되고 있나보다. 안그래도 자극과 충격으로 팽배해져 가는 세상인데도 말이다.
미술여행이라는, 목적이 있는 여행이었음에도 들른 곳이 많아서인지, 각각의 전시나 미술관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가 좀 아쉬운 감이 있다. 반면 캠핑카 여행에 대한 정보는 꽤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작년에 여행을 다녀와서 남편은 아이가 말을 잘 안듣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해서 힘들었다고 했고, 아이는 많이 걷느라고 힘들었고,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빠가 안 사줘서 속상했다고 투덜거렸다.
이 세상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런데 늘 함께 있는 가족이다보니, 꼭 지금 아니어도 기회는 항상 있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면서, 그 소중함을 너무나 자주 잊고서 산다.
꼭 해외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의 기회를 앞으로 좀 더 자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