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호두과자
크리스티나 진 지음, 명수정 옮김 / 예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호두과자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도 그 맛을 떠올리며 군침이 돌때가 있다. 보드랍고 폭신한 껍질의 감촉이 1단계, 그 안의 팥앙금의 달콤함이 2단계, 그 달콤함 끝에 씹히는 호두알갱이의 고소함과 바삭함이 3단계.
이 책을 골라들게 되기까지의 심정도 아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오랜만에 먹어보고 싶은 호두과자를 선택하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 그림, 보는 사람을 긴장시킴으로써 주의를 끌고자 붙여진 제목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긴장을 해제시키는, 아기 자기한 그림, 아담한 크기와 두께, 큰 사건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구성이 기억에 남을 책이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함께 호두과자 가게를 꾸려 나가는 마로의 이야기인데, 이 책의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 나는 마로를 어여쁜 여자 아이로만 생각하고 읽고 있었다. 책의 내용과 예쁜 삽화, 그리고 어떤 분의 따님 이름과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상상했나보다.
내용은 솔직히 크게 새로울 건 없다. 다른 책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내용들, 성장 소설도 내용이 무거운 것이 많이 나오는 요즘의 경향을 고려하자면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이라기 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내용이라기 보다 이 책의 구성이라고 하겠는데, 다섯개의 짧은 이야기에 모두 다른 종류의 호두과자 이름이 붙어 있다. 카망베르 호두과자, 아이스크림 호두과자, 장미 시럽 호두과자, 오리온의 탄생 호두과자, 흑설탕 호두과자. 정말 이런 종류의 호두과자가 시판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이라면 정말 참신하지 않은가? 또한 책 속의 모든 인명, 지명이 우리 말이 아닌 외국어로 붙여 놓음으로써 이국적인 느낌이 들고, 모르고 읽는다면 아마 외국 소설을 번역해놓은 것으로 오해하고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도 작가의 새로운 시도로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하나, 내용과 정말 꼭 들어맞는 삽화라고 하겠다. 가느다란 펜의 터치가 살아 있는 간단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에 과하지 않은 색감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아버지가 남긴 호두껍질 속의 메시지는 가족은 영원하리라는 것.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부담 없이 읽어 볼수 있는 책.
배부르게 할 목적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기 위해 먹는 호두과자가 그러하듯이.
물론, 배가 고플 땐 호두과자보다는 '밥'을 먹어야겠지만.

( 책 속에 모 호두과자 매장의 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7,500원에 해당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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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출판사에서 보내줬는데 상품권은 없네요.ㅎㅎㅎ 책은 굉장히 이쁜데 별로 읽을 마음이 안 들어서 꽂혀만 있었어요.

hnine 2009-02-09 20:34   좋아요 0 | URL
예, 딱 호두과자 같은 책이어요. 그런데 작가에게 관심은 가네요. 특이한 구성의 책으로 봐서 작가도 어딘가 특이한 성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