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에프라임 키숀이라는 이름은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라는 제목의 미술비평서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 책에서도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을 그저 평이한 문체로 독자들에게 전달시키는 방법보다는, 풍자적이고 때로는 무릎을 탁 치며 웃게 만드는, 그만의 독특한 화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책 '개를 위한 스테이크'는 작가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 모음이다.
고무 젖꼭지가 없어졌다고 울어제끼는 딸, 찾아 주면 잃어 버리기를 반복하여 지친 식구들은 어느 날 알게 된다. 어린 딸 자신이 고무젖꼭지를 스스로 숨키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가장 무난한 선물 품목중의 하나인 초코렛. 돌고 돌아 어느 날 자기 집에 있던 초콜렛이 곰팡이가 핀채 다시 선물로 되돌아 온 이야기,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아들때문에 머리를 짜내다 못해, 결국 자신도 그것을 의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긴 한데, 그 재미라는 것이, 즐거움을 추구하여 생긴 재미라기 보다는, 원치 않은 상황,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자가당착의 상황에서 나오는 헛헛한 웃음, 어처구니 없어서 웃는 웃음, 그런데서 오는 재미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말이 의미하는 그 아름다움과 동격의 웃음이고 재미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나치 강제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바 있는 그가, 그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인생은 이런거야' 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보면 될까. 인생은 이렇게 막다른 골목의 연속이고, 자가당착이며,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이 아무때나 찾아 오는, 그런 거라고,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런 일들이 일어나니 뭐, 웃고 넘어가라고 한 수 가르쳐주는 것인가. 유쾌한 웃음, 아니고, 허탈하고 쓸쓸한 웃음을 주는 책이다. 

--> 2006년에 마음산책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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