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콕 탐정 세계추리베스트 20
에밀 가보리오 지음, 한진영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에 열광했던 시기가 있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잠시 착각할 정도로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너무나 멋진 인물이었고 나의 이상형으로 정해놓았었다. 다른 주인공이 나오는 추리, 탐정 소설도 읽어보았으나 홈즈에 비교가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이미 작고한 작가에게서 홈즈가 등장하는 더 이상의 소설이 나올리 만무하고, 거의 모든 홈즈 등장 소설을 다 읽고 나자 추리 소설에 대한 나의 관심도 한풀 꺾였던 것 같다.
요즘도 가끔 추리 소설이라는 것을 읽기는 하지만 예전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책을 펼칠 때만큼 의 기대는 없는 것 같다.
1832년 프랑스 출생 에밀 가브리오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글쓰기에 열정을 느껴 잡지에 기고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보다 거의 같거나 약간 앞서서 출판된 에밀 가브리오의 작품들은 실제로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에 언급이 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한치의 빈틈도 없을 것 같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셜록 홈즈에 비해, 르꼭은 그 열정이나 의지는 홈즈에 못지 않지만, 여기 저기 심심치 않게 헛점을 보이기도 하는, 젊은 탐정이다. 사건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아 내어 이미 범인이 누군지 다 알아낸듯, 이후 과정은 확인 과정인 것 처럼 일사 천리로 진행되는 홈즈식 수사 방법. 하지만 범인은 홈즈 혼자만이 알고 있을 뿐, 글의 중간에 읽는 독자에게 미리 알리는 법이 없고 결말 부분에서나 밝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하면서 읽게 하는데 반해, 우리의 르콕 탐정,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읽는 독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가 전개해나간다고 할까. 긴장감을 덜하는 대신 인간미가 느껴진다. 결정적인 실수를 깨닫고 절망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모처럼 읽은 탐정 소설, 제법 두툼한 분량이었으나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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