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배성아 글.사진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라디오 방송 작가 10년 이라는 경력 때문일까, 아니면 특별히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기 때문일까. 이 책은 누군가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사랑의 잔상과 그리움으로 절절하다. 더구나 유럽의 곳곳을, 특히 10년 전에 왔던 장소들을 다시, 이번엔 혼자서 여행하면서 되살아나는 추억과, 낯선 곳에서 주는 자유와, 그리고 외로움을 번갈아 느끼는 동안 그녀의 감성은 몇배로 증폭되지 않았을까.

글 만큼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이 아름답다. 글을 통해서만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진을 통해서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무엇을 찍었는가, 어디를 찍었는가, 하루중 어느 때 찍었는가 그리고 어떤 각도에서 보았는가. 그 사람의 마음을 울렸던 것이 무엇인지 어쩌면 시각적인 효과때문에 글보다 더 즉각적으로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23번째 글 '사랑이라는 순한 짐승' 을 시작하는 지면 (이 책에는 페이지 수가 없다.) 의 사진은 마치 하나의 회화 작품 같다.

여행하면서 쓴 글임에도 여행지에 대한 묘사보다는 그곳에서 느끼는 감상을 적은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녀가 겪어낸 사랑의 댓가가 얼만큼 아픈 것이든, 이 정도의 표현력으로 쓰고, 사진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결국엔 잘 아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또 어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정면 보다는 그림자 혹은 뒷모습 같은, 쨍한 햇빛보다는 포근히 내리는 안개 같은 그런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것일까.

출간되자 마자 선물해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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