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친정어머니께서 칠순을 맞이하신다.
당신께서 잔치는 완강히 거부하시고, 세 남매가 다음 달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어제 아침 그 문제로 남편과 얘기하던 중 남편의 태도에서 서운함을 느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었다. 혹시 나혼자 넘겨짚고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럴 때 그냥 입 꽉 다물어버리는 평소의 내 성격을 달래가며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남편에게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 나의 일방적인 오해는 아니었다. 서운함만 더해가지고 더 이상 말을 안하고 아이를 재우느라 방을 나왔다. 아이 옆에 누워 한 팔을 들어 이마에 얹고 한동안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있었다. 잠은 당연히 안 오고, 생각도 갈피를 못 잡고, 자꾸 남편에게 서운한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  더 나를 불편하게 하여,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에 앉아 한동안 좋아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시간임을 알고 라디오를 켰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이것 저것 끄적끄적 하다보니 어느새 두시간 짜리 프로그램이 끝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 다음 프로를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 몇분 후면 그것도 끝이 나고 또 그 다음 프로가 시작될 것이다.
아이는 자면서 꿈을 꾸는지 뭐라고 중얼중얼거리기도 하고 꺄르르 웃기까지 한다.
아무리 잘한다 해도 남편에게 내 부모는 엄연히 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깜빡했던 모양이다. 남편이 무슨 모범답안 같은 사람도 아니고, 남편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지 뭐, 별수 있겠나 싶다. 서운한 나의 심정은 이미 남편에게 말해서 알고 있을테니 되었고. 앞으로 일을 알아서 진행시키기로 한다. 어쨋든 부모님께서 즐거운 여행을 하실 수 있으면 되는거니까.
이제 잠이 오려나 모르겠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8-21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21 09:29   좋아요 0 | URL
다독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제 이글 쓰고 바로 잤어요.
오늘 아침, 말씀대로 아쉬움은 여전히 남지만, 뭐, 어제보다는 낫네요 ^^

호랑녀 2008-08-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어제보다 나으시다니 다행이에요.
나랑 제일 친한 사람도 내 마음 같진 않더라구요.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랬을 때 더 서운하구요.
hnine님은 참 지혜로우신 분이에요. 늘 느끼는 거지만.

hnine 2008-08-21 14:54   좋아요 0 | URL
호랑녀님, 토닥토닥 감사합니다 ^^
나 자신도 내 마음에 안들때가 많으니까요.
저 그리 지혜롭지 않은데...에궁~ ^^

2008-08-2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21 20:31   좋아요 0 | URL
오늘 정말 여러분으로부터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습니다.
이렇게 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천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