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친정어머니께서 칠순을 맞이하신다.
당신께서 잔치는 완강히 거부하시고, 세 남매가 다음 달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어제 아침 그 문제로 남편과 얘기하던 중 남편의 태도에서 서운함을 느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었다. 혹시 나혼자 넘겨짚고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럴 때 그냥 입 꽉 다물어버리는 평소의 내 성격을 달래가며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남편에게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 나의 일방적인 오해는 아니었다. 서운함만 더해가지고 더 이상 말을 안하고 아이를 재우느라 방을 나왔다. 아이 옆에 누워 한 팔을 들어 이마에 얹고 한동안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있었다. 잠은 당연히 안 오고, 생각도 갈피를 못 잡고, 자꾸 남편에게 서운한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 더 나를 불편하게 하여,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에 앉아 한동안 좋아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시간임을 알고 라디오를 켰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이것 저것 끄적끄적 하다보니 어느새 두시간 짜리 프로그램이 끝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 다음 프로를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 몇분 후면 그것도 끝이 나고 또 그 다음 프로가 시작될 것이다.
아이는 자면서 꿈을 꾸는지 뭐라고 중얼중얼거리기도 하고 꺄르르 웃기까지 한다.
아무리 잘한다 해도 남편에게 내 부모는 엄연히 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깜빡했던 모양이다. 남편이 무슨 모범답안 같은 사람도 아니고, 남편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지 뭐, 별수 있겠나 싶다. 서운한 나의 심정은 이미 남편에게 말해서 알고 있을테니 되었고. 앞으로 일을 알아서 진행시키기로 한다. 어쨋든 부모님께서 즐거운 여행을 하실 수 있으면 되는거니까.
이제 잠이 오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