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의 선택
착하다고 믿었던 남편이 날개옷을 내놓자 기가 막혔지요, 우리가 정녕 부부였다니? 내 남편이 선녀들의 벗은 몸을 훔쳐본 치한이었다니? 끓어오르는 경멸감과 배신감에, 날개옷을 떨쳐입고 두 아이를 안고 날개 쳐 올랐지요, 털끝만치도 미안하긴커녕 억울하고 분할 뿐이었지요
오오 그리운 내 고향! 가슴도 머리도 쿵쾅거렸지요, 큰애가 아빤 왜 아니 오느냐고 하자, 비로소 정신이 났지요, 애들이 제 아빠를 그리워한다면? 천륜(天倫)을 갈라놓을 권리가 내게 있는가? 아쉬우면 취하고 소용없어지면 버려도 되는 게 남편인가? 우리 셋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옥황상제님도 잘했다고 하실까? 글썽이는 아이들의 눈을 보자, 탱천했던 분노도 맥이 빠지고......
아궁이에서 활활 타는 날개옷을 바라보니, 뜻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분명 나는 웃고 있었지요, 내 하늘은 이 오두막이야, 우리집이야, 마당 쪽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까르르 밀려왔지요.
유 안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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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선녀와 나뭇꾼을 고쳐 쓴 시.
시집 '다보탑을 줍다' 에 수록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