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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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포를 쓰고 웨딩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주방에서 포크로 스파게티 자락을 말아 쥐고는 맛보려 하고 있다. 이런 그림을 표지로 한 이소설의 주인공 나영은 요리가 취미이자 직업인 미혼 여성. 역시 미혼인 수진, 유리, 은주가 친구로 나오고, 주인공의 남자 친구 지훈과 애인 성우가 등장하여 밀고 당기고, 누가 과연 내 짝이냐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새롭지만은 않은 내용에, 이야기 전개 조차 특별히 극적인 부분이 없어,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큰 감동을 남기지도 않음이 아쉽다. 작가의 전작 <백수생활백서>를 재미있게 읽은 것에 비해 전작에 좀 못미친다고나 할까.
제목에서도 보여주듯이, 연애와 결혼을 요리에 비교한 아이디어는 좋았다. 책 속의 소제목은 모두 요리와 관련하여 붙여 놓았다. '정면돌파 식사법' 이라든지, '표준식단 vs 퓨전요리'. '요리하지 않는 요리'등등. 하지만 정작 내용은 이런 구성만큼 참신하지는 않다는 것이 아쉬운 소설.
책 속에서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꿈인 주인공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말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서 옮겨 본다. 현모양처를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묘사한 글을 본 적이 없다.

현모양처는 아무나 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건도 까다롭고 자격도 만만치 않다. 현모양처는 만능인에 가깝다. 이른바 '살림'이라고 말하는 요리나 집안 관리는 물론, 가정 경제 관리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까지 필요하고, 이것들이 뛰어나야만 비로소 현모양처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실력과 사회적인 조건, 행운과 끊임없는 노력까지 필요하다.
좋은 엄마, 현명한 아내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내 꿈을 시시하게 보는 이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현모양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것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살림의 여왕이라는 마사 스튜어트를 봐라. 현모양처는 그 재능을 세상을 향해 일부만 선보여도 마사 스튜어트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38쪽)

주인공의 성격을 비롯해서 새로운 인물이 글 중에 등장할 때마다, 작가가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저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식으로 미리 설명하는 식의 묘사가 이 소설의 긴장감이나 재미를 더 떨어뜨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사람의 몫이 없어져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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