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곱살 때 가족 이민을 가서 뉴욕에서 성장한 저자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이 소설은 상복이 많았다. 미국에서 논픽션 라이트상, 픽션 부문 비치상, 신인 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 등을 수상했다고 하니.
두 권 합해서 천 여 페이지가 넘으니 꽤 많은 분량이다. 뉴욕에서 세탁소를 하는 전형적인 초기 이민 가정에서 자란 케이시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뒤지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도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그리 순탄한 과정을 겪지 않는다. 직업을 찾는데 있어서 그렇고, 결혼 상대를 찾는데 있어서도 그렇다. 맘에 드는 남자들을 만나지만 확신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여 그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고, 직업을 찾는데 있어서도 백화점의 파트 타임 판매원, 경영대학원, 투자증권회사의 인턴사원 등을 전전하며 늘 빚에 허덕이는 생활을 한다. 닥친 현실이나 상황과 무관한 그녀의 높은 소비 성향은 그녀의 불안정한 정체성을 커버해보려는 잠재 의식으로 부터 말미암은 것인지.
케이시 뿐 아니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딘지 한가지씩 결핍된 인간상을 보여 주고 있다. 성공에 대한 강박 관념, 전통적인 구습으로서 벗어나지 못한 사고 방식,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주체적인 판단력의 결핍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되고 싶은 인간상 사이의 괴리감과 혼동, 무엇이 성공한 인생인가에 대한 신념의 부족 등은,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두발로 당당히 서서 그 사회에 자연스럽게 융화되기에는 불안한 걸음걸이, 비틀거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패는 실패 자체보다 더 심각한 사회에서의 소외감, 소수 민족으로서의 소외감으로 연결되고 이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목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란 '어메리칸 드림'의 다른 이름인가.

긴 분량임에도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평에도 불구하고, 내 경우엔 그만한 흥미까지 불러일으키지는 못하였다.  여러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성공적이었는지 모르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쓰여진 교포2세 작가들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훨씬 가볍게 읽히나, 이민 세대라는 것은 글의 소재로 쓰였을 뿐, 그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진지한 목소리나 의도가 충분히 실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드니 셀던 풍의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난 기분인데, 재미로 치면 시드니 셀던 쪽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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