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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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서재 지인 어느 분께서 곡성에 가신다는 댓글에 얼른 '공 선옥'부터 떠올릴만큼 나는 요즘 이 작가에 관심이 많은가보다.
제목도 고와라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실제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한줄 한줄 따라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장황스럽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멋지게 사용한 것도 아니면서, 그저 소박하고 솔직한 문장들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나. 내가 공선옥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그녀의 평탄치 않은 인생 여정과 경륜에서 말미암은 내공을, 이렇게 찬찬히 걸러내어, 소박하고 솔직하고 깨끗한 문장만 남길 수 있는 능력 때문일 것이다.
획기적이고, 참신하며, 한 눈에 들어오는 표현, 재치가 번뜩이는 문장, 감성과 지성의 조화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독자를 사로잡는 글 솜씨. 누가 이런 작가를 훌륭하지 않다 했는가? 다만 나는 감탄할 뿐, 그 이상으로 끌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난을 빼고 말할 수 없는 그녀의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 이미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며 쓸어내리는 가슴, 이제 그녀 뒤에 따라 붙는 올망졸망 세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어미의 마음 등, 그녀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침내 큰 파도를 이루어 밀려와 내 가슴 역시 한바탕 쓸어내리고 가곤 했다. 자기도 모르게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듯한 글, 나를 알아달라고, 나의 뛰어남을 은연중에 내세우려는 듯한 글과는 거리가 먼 그녀의 글이 난 참 좋다.

그동안 그녀의 여행기나 소설, 수필 등에서 간간히 얘기가 나오긴 했었지만, 이 책에는 어린 시절 뿐 아니라, 중 고교 시절, 대학 시절, 85년 광주와 관련된 결혼, 그리고 세 아이를 거느린 엄마 가장이 되어 어려움을 헤쳐나가던 시절 얘기들이 역시 잠깐 잠깐씩 나온다. 질펀히 앉아 다 풀어놓지 못하는 까닭은 그녀가 아직도 그 모든 추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그것때문에 마음 아림 때문이리라.

훼손되어 가는 자연, 제철 음식이랄 것 없이 아무 때나 밥상에 오르는 음식들을 보며 두려움 마저 느낀다면서, 하지만 두려움, 걱정과 함께 그럼에도 품어야 하는 희망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는 글의 제목을 이 리뷰의 제목으로 붙여보았다 '마른 풀더미에 촉을 틔운 마늘꽃을 보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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