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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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에 이어 세번째 읽은 정이현의 소설이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그녀가 던진 당참과 파격은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으며 많이 사그라들었고, '오늘의 거짓말'에서는 더 나아질 것도, 더 실망할 것도 없는 수준에 머무른다. 읽는 내내 느꼈던 것은 이런 주제를 가지고 더 심도 있고 진지하게 쓸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정이현이라는 사람의 개성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지금까지 읽어온 다른 소설가들의 글들이 너무 그 내용에 심각한 무게를 실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고독' 이혼후 전처가 키우던 애완용 강아지를 억지로 떠넘겨 받는다는 이야기 속에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삼풍백화점'에서는 사람들에게 삼풍백화점이라는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뒷면에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가난한 삶이 소리없이 버티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삼풍백화점이라는 건물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은 이들 소시민의 삶도 함께였음을. '어금니'에서도 역시 어떤 대조적인 현대인의 삶의 단면을 엿보았다고 할까. 풍복한 집안의 유망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들과 함께 동승하여 사고를 당한 열여섯 살 난 지방 출신 초라한 소녀.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현대인의 이중적인 삶은 작가의 관심 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거짓 상품 후기를 쓰는 것을 직장에서 임무중의 하나로 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거짓말처럼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그 남자의 리허설'을 읽으면서는 가슴과 머리의 불일치한 삶에 대해서 생각했고,  끝까지 주인공을 '너'라고 부르는 화자가 누군지 밝혀져 있지 않은 '비밀과외'에서는 확실한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없었으며, 이 책에 실린 열편의 단편중 그래도 제일 돋보였던 '빛의 제국'은 그 발상이 신세대 작가 답게 참신하고 신랄했다.'위험한 독신녀'는 독신녀가 살아가기엔 예나 지금이나 위험한 세상임을 알아가며 내키지 않는 맞선 자리를 마다할 수 없는, 위험하지 않은 미혼의 나이 많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며, '어두워지기 전에', '익명의 당신에게' 역시 또 한편의 '오늘의 거짓말'을 읽은 여운을 주었다. 
표상과 허구, 이미지와 실제, 거짓과 진실, 이기심과 고독, 소통과 단절. 즉 전자 속에 갇혀 있는 후자를 작가는 끊임없이 보여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책의 뒷표지에 박완서님의 코멘트처럼 '따뜻하고 깊이 있는 시선'은 아쉽게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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