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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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독특한 사람이었구나.'

누군가에게 독특하다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까? 

배우 김혜자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자기가 이룬 명성을 뽐내지도, 무작정 겸손하기만 하지도 않았다. 

배우 김혜자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내가 굳이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이 책에 대한 소개글에서 어딘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책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출판사 측의 공개적인 글을 보고서 실망보다 오히려 신뢰가 갔다.

이 책은 2021-2022년 배우 김혜자와 나눈 긴 시간에 걸친 대면 및 전화 인터뷰, 구술, 누구에게도 고백한 적 없는 평생을 써 온 일기 형식의 글들, 신문 방송 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기사 등을 토대로 편집자가 초고를 만들고, 저자가 다시 기억과 사실을 수정하고 추가하는 방식으로 원고가 완성되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죽음을 생각하는 병약하고 우울한 아이였고, 우연히 연극을 알게 되어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자신의 연기에 실망하여 결혼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선배의 격려와 도움에 아이 둘을 낳은 몸으로 다시 시작한 배우의 길은 그녀에게 평생 연기에 올인하는 인생으로 이끌었다. 

나는 아무 것도 잘하는 것이 없고 특별하지 않지만 연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기 속에 모든 것을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에 허물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내며 살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영리했다.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제대로 한게 없다는 말이 겸손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로 솔직하고 자기 자신에 정직했다. 자신을 제대로 보고 있다. 아내 역할, 엄마 역할, 며느리 역할, 자식 역할, 배우로서의 삶을 사느라 힘들었다고 말하기 보다 자신에게 진실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모든 역할을 다 해내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그렇게 살아온 것도, 그런 삶을 살아왔노라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자기의 아픔과 상처를 속에서 오랫동안 곪게 하고 평생 그렇게 상처와 아픔으로서 끌고 사는 대신, 어떤 한가지에 올인하여 그 상처와 아픔을 녹여낼 수 있는 결단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배우라는 직업의 김혜자 아니더라도, 이런 인생이 있구나, 이렇게 자기 인생을 끌고 살아온 사람도 있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다.

주위의 상황에 휘둘리며 살지 않는 인생. 휘둘리며 살았노라 억울해하지 않는 당당함.

생에 감사하다는 말은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아마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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