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두 작품은 앞의 것들보다 그래도 읽기 쉬웠다.
둘 중 Tulips는 너무나 쓸쓸하고 우울하고 감정이입이 되어서 남편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하며 그의 의견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의견을 말하는 적은 많아도 읽어보라고 권하는 적은 거의 없는데 이것은 그랬다. 모든 부부에게 올수 있는 일 같아서였다. 읽어보더니 남편은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속해서 읽지를 않고 가끔가다 읽다보니 속도가 영 지지부진하다. 그러면 어떤가. 시작했으니 끝내야지.
Winter Concert (겨울 콘서트)
내용과 주제:
중심 인물은 Bob Houlton (75세)과 Jane Houlton (72세) 부부.
부부가 함께 겨울 콘서트에 가는 상황이다.
갈등 없이 오랜 세월을 잘 살아내온 노부부의 분위기로 시작하나, 콘서트 장에서 만난 이웃으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터져나온, 제인이 모르는 밥의 행적 하나 때문에 그동안 둘 사이에 내재해있던 거리감이 표면화된다.
앞서 올리브와 헨리 부부 사이를 그린 A Different Road 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수도 있겠는데, 차이점이라면 A Different Road에서 올리브와 헨리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을 그대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Winter Concert에서 제인과 밥 부부는 특별한 사건이 있지는 않으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거리감, 관계의 공허함, 정서적 거리를 보여준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표현들:
I’m mental.
-나 좀 이상해. 나 요즘 정신적으로 힘들어.
squatty
-땅딸막한
a fleeting look
-잠깐 쳐다보기
That’s not my dish of ice cream, I can tell you.
-확실히 말하는데,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난 그런 사람 아니야.)
mirth
-유쾌한 웃음 소리, 즐거움
She saw him give a start.
-그녀는 그가 움찔하는 걸 봤다.
Because what they have now, except for each other, and what could you do if it was not even quite that?
-이제 그들에게 서로 밖에 뭐가 남았겠는가. 그런데 그것마저도 온전히 있는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Tulips (튤립)
내용과 주제:
이 작품은 Olive, Henry 부부와 한 동네 사는 Roger와 Louise 부부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거의 어떤 일이 있은 후로 이들 부부는 마을 사람들과 왕래를 끊고 빈 집처럼 보이는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한지 오래다. 이들 부부에게 아들과 딸이 있지만 딸은 결혼해서 따로 살면서 가끔씩만 들르고, 아들은 좀처럼 찾아오는 법이 없다.
은퇴한 노년 부부로서 소통과 교감이 부족한 채로 지루하고 쓸쓸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Olive와 Henry 부부. 어느 날 쇼핑을 다녀 오다가 갑자기 Henry가 쓰러진다. 뇌졸중 진단을 받고 식물인간이 되다시키한 Henry는 이후로 계속 요양병원에서 아무도 몰라보고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간병인이나 Olive가 먹여주고 씻겨 주는 보호를 받으며 침대 생활을 하고 있다, 더욱 적적하고 무의미한 일상을 견뎌야 하는 올리브는 가끔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전화를 하지만 무심하게 짧게 통화를 끝내는 아들는 올리브로 하여금 옛날을 회상하며 보내는 시간을 더해가며 더욱 외롭게 할 뿐이다.
정기적으로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찾아오고 있는 Olive는 우편물 속에서 Henry의 상태와 안부를 묻는 Louise로부터의 우편물을 발견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어 인사차 Louise의 집을 방문하는데, 반갑게 맞이하여 대화를 이어나가는 듯 하던 Louise는 Olive의 아들 크리스토퍼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서 Olive를 향하여 자기 아들의 불행을 고소하게 생각해서 왔냐는 폭언과 욕설을 하기 시작한다. 당황해서 서둘러 Louise의 집을 나온 Olive. 억울하고 속상한 심정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 더욱 공허하고 속상하다. 아무도 못 알아보고 누워만 있는 Henry를 찾아가서는 이제 내 걱정 말고 그만 죽어도 된다고 말하고
You can die now, Henry. Go ahead. I’m fine. You can go ahead. It’s all right. She did not look back as she left the room. (161쪽)
집에 돌아와 한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알게 된다.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과거도 지나고 보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고, 당시엔 결코 알지 못하는 그 시간의 귀중함을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는 것,
People mostly did not know enough when they were living life that they were living it. (162쪽)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마당에 심고 가꾸어 온 튜울립. 올해도 다시 튜울립을 심을 것인지를 곧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땅이 얼어버리기 전에.
표현들:
pore over
- 자세히 조사하다.
Get yourself a schedule, and stick to it.
- 일정을 짜고, 철저히 지켜.
The tulips bloomed in ridiculous splendor.
- 튤립이 터무니없이 아름답게 피었다.
Arrangements get made in life. Accommodations get made.
- 인생에서는 조정이 이루어지고 서로 맞춰가게 된다.
(arrangements: 상황을 맞추는 것, accommodations: 서로 양보하고 적응하는 것)
modus operandi
- (특정 사람이 늘 쓰는) 행동 방식/수법/일처리 방식.
그 사람 특유의 방식
purse
- (불만 등의 표시로) 입술을 오므리다
shadenfreude
-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김
pants on fire
- 꽁무니에 불이 붙어. 즉, 당황해 어쩔 줄 몰라.
You couldn’t drag me in there to save my life.
- 나 죽어도 거기 안가.
*to save my life: 내 목숨이 걸려도. 즉, 절대 안 한다.
It would hardly save your life.
- 그게 네 목숨을 구해줄 것도 거의 아니야.
chastisement
- 응징
우울하고 울적하기만 하다는 남편의 독후 소감이 이해되기도 한다. 몇십년 살아온 부부의 마지막, 나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키워온 자식과의 관계의 끝, 인생의 종착지가 이 작품과 같다면, 그걸 알고 있다면 누가 오늘을 견디고 버티며 내일을 향해 갈수 있을까.
그런데 내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Tulips의 마지막 문장. 즉, 올해도 땅이 얼기 전에 튤립을 다시 심을 것인지의 문제를 생각하는 Olive의 모습에서 까뮈의 '시지프의 신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까뮈는 그 책의 시작을 '결국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는 죽음'이라는 명제로 들어가지만, 결론을 회의적으로 맺지 않았듯이 Olive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살아가면서 집중할 것은 튤립 구근을 다시 심고 키우고, 더 잘 키우는 문제들, 그런 것들이 아닐까.
어찌보면 상당히 비논리적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