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듣기 좋은 소리 - 최영도 변호사의 황홀한 클래식 편력기
최영도 지음 / 학고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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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에 발행이 된 책이니 나오고 며칠 안 되어 구입해 읽은 책이다. 오래된 축음기에 나팔꽃 스피커라...'최영도 변호사의 황홀한 클래식 편력기'라는 작은 부제가 붙어 있는 책.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어떤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게 되는 것은 그 음악에 자신의 감정이 이입되는 순간을 겪으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고, 그 곡을 가장 마음에 들게 연주하는 연주자나 지휘자를 찾아 빠져드는 음악의 세계를 저자는 조곤조곤 풀어 놓았다. 어릴 적 놀던 고향집에 가고 싶을 때 듣는다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지금도 마음이 어지럽고 불안정할때 들으면 위로가 된다는 베토벤의 6번 교향곡 <전원>, 나를 울린 음악이라는 제목하에 뽑은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영화 '엘비라마디간'에 흐르던 음악이다. 그러면서 모짜르트의 음악은 얼핏 들으면 거의 모두 경쾌하고 즐겁기만 한 것 같지만, 자꾸 듣다보면 밑바닥에 짙은 우수가 깔린 것을 느낄수 있다고 했다. 이 곡,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바로 그런 곡. 천상에서 내려와 지상에 잠깐 머물다 간 요정 같다고 표현한 모짜르트에 대한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한국에 변변한 연주 장소가 없던 시절, 종종 이화여대 강당이 세계 유명 교향악단이 연주 장소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연주 도중 가까이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 화가 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얘기 (그 기차가 지나가는 광경, 내는 소리가 연상이 되어 웃음이 나기도), 클래식 광이면서도 그가 바그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카라얀의 이중성, 또 조수미가 과연 세계적인 가수인가 스스로 판단해보고자, 같은 곡을 조수미를 포함해서 세계 각국 유명 여가수들이 부른 음반을 연속해서 들어보며 비교해서 나름대로 분석한 글은 무척 진지하다. 한번도 제대로 감상하지도 않고 가볍게 어떤 연주자를 한마디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준다. 그가 제일 좋아한다는 작곡가 베토벤의 이야기도 흥미있었고, 이 책에 언급되는 많은 국내외 연주자들의 반가운 이름을 대하며, 저자의 정도는 아니지만 한때 이들 이름을 늘 머리속에 담고 지내던 어느 시절이 떠올라, 자신의 취미를 계속 지켜나가는 것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구나 생각되었다. 일년에 몇차례씩  KBS교향악단 정기 연주회를 찾아가 듣곤 했는데, 저자가 KBS이사로 있으면서 KBS교향악단을 일으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한 글이 있어, 여의도 KBS홀로, 때로는 예술의 전당으로 연주를 들으러 다닐 때가 생각나 반갑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음악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으랴 하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모짜르트를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음악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제2의 언어'라며, 그 속에 빠져 살던 때, 연주회장을 나서면 어느덧 깜깜해져 있는 하늘을 보며, 이 감동을 누구에게 말할까, 눈물까지 글썽이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던 그 때가 그리워지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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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1-2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은 향수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추천 꾸우욱!

hnine 2007-11-22 16:23   좋아요 0 | URL
에궁~ 감사합니다 ^^

미즈행복 2007-11-2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은 몰라도 님의 글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요. 마지막 문장은 압권이예요!
무식하고 과문한 탓에 음악을 잘 모르는데 이제 저도 접해보도록 해야겠어요. 좋은 책이란 느낌이 팍! 오네요. 감사!

hnine 2007-11-23 13:10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니...^^
전공이 아니어도 평생 어느 한 분야를 사랑하면서 살수 있구나 하는 것을 배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