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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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지리가 아니며 역사이고 이념이다' 라는 서문의 문장에서 이 책의 성격을 알아차려야 한다. '온더로드'라는 시리즈물의 제목에서 어렴풋이 가벼운 기행문을 기대했다면 큰 오산. 무겁고 침울하다. 아시아의 현대사가 그러했기 때문에.
주체적이지 못하고 다른 강대국의 이권에 부합하여 자국의 운명을 내맡겼다는 것, 또 그렇게 된 배경에는 빈곤이라는 국가적 문제가 버티고 있었다는 것, 이것은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현대사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태국이 섹스 관광의 역사로 얼룩지기까지, 혁명도 아니고 쿠데타도 아닌, 민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으나 결코 민주적이지 않은 나라가 세워지기까지, 그 뒤에는 '그 어떤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가 제 1의 이념으로 내세운 '반공'이라는 법 이상의 이념이 있었다.
서구 유럽의 역사보다도 내 나라가 속한 아시아의 역사가 이렇게 더 생소하고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킬링필드가 사람들에게 준 놀라움과 감동의 허와 실 조차도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나 그간 접해 볼 기회가 없었단 말인가. 이점을 차리기 위한 강대국의 관심 외에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땅, 아시아. 그 유명한 영화 '비정성시'를 보면서 내내 이해가 안되어 고개를 갸우뚱 했어야 했던 기억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반복했어야 했다.
나 같은 독자층을 의식해서 조금 더 친절하게 책이 쓰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 책은 참고문헌이라든지, 정보의 출처가 함께 수록된, 객관적인 저술이라기보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였으되,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으로 저자의 주관과 감정이 많이 입혀져 있다고 하겠다. 그런 주관과 감정이 곧 저자의 의욕과 애정이며,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임을 짐작 못하는 바 아니나, 그것을 소화해가며 읽어나가기에 쉽지 않은 책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에는 망설이게 되는 책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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