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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 부터 저자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1933년생이니 올해로 91세. 얼마전 작고하신 이어령 작가의 아내이고, 장녀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추모의 뜻으로 이어령의 '영'과 강인숙의 '인'을 모아 영인문학관을 설립하여 운영해오고 있다는 것, 남편과는 대학 동기로 만나 결혼하였고 저자 역시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평론가로 활동해왔다는 것 정도이다.
1977년이면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자유롭지만은 아닌 시절로 알고 있는데, 저자는 그때부터 미국과 유럽등을 여행했고 스페인 여행기는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이라는 제목으로 2002년에 이미 출판된 바 있다.

삶과 꿈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이후에 출판사가 문을 닫아 유통이 끊긴 상태라서, 2023년 다른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낸 책이 이번에 내가 읽은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이다.
1남 5녀중 세째딸인 저자가 정년퇴직 후 다른 형제 세명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여행기이다. 최근에 스페인에 다녀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지라 아직도 스페인 여행기라면 눈길이 멈추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여행했을까 읽어보고 싶은지라 이 책도 눈에 띄자마자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펼쳐보니 이 책에는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기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소도 다르고 여행 시기도 다른, 1977년과 1999년의 로스엔젤레스와 파리 여행기가 책의 반 조금 못되는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본인의 여행기를 함께 정리한다는 목적으로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기로 했다는데, 그렇다면 책 제목에 반영되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독자로서의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었다. 개정판 책에도 부제는 여전히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이라고 붙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 기록이 아닌 만큼 요즘 여행기에 거의 필수적인 사진이 그리 풍부하진 않은 편이다. 대신 방문한 곳의 인문학적, 역사적 배경 이야기가 많다. 방문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을 나타낸 글도 좋았다. 과도한 장식과 화려한 건축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개인 취향을 얘기하면서 '과식주의'라는 말을 썼다. 이 책에서 처음 보는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한 곳을 방문하면 눈으로는 그곳을 보면서도 예전에 본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분석해보는 것도 좋았다. 학자 다운 면모랄까. 눈에 보이는 뷰가 중요하고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고 각종 쇼핑 정보가 흘러 넘치는 요즘 여행기들보다 이런 점은 훨씬 좋았고, 즉각적인 정보 수집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70이상 된 자매들인데도 각자 개성이 다르고 건강상태도 디르고 보고 싶은 것이 다른지라 여행하는 동안 갈등도 있지만 결국은 핏줄. 안된 처지에 있는 자매를 생각하는 마음, 눈물로 기도하는 마음에 뭉클해지기도 했다.
앞에서 말한 책의 구성도 그렇고, 여행과 관련 없는 사담이 너무 자주,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여, 일반 에세이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모를까 여행기를 기대하고 책을 펼친 독자라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