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일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발견한 사는 게 재밌어지는 가장 신박한 방법
박치욱 지음 / 웨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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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좋다니, 읽기 전엔 과연 무슨 내용일까 했다. 심리 치유를 목적으로 한 책인가? 아니면 공부에서 인생의 답을 찾겠다는 공부 예찬론? 인생 후반전을 위한 조언이 담긴 책?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읽어보고 나서 말하자면, 일종의 개인수필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관심 분야가 생기면 그것에 대해 파고들어 전문적인 깊이까지 가고마는 저자의 성향이 보통 사람에게서 흔히 보이지 않는 점이랄까. 그렇게 쌓아간 지식들을 음식, 언어, 자연, 예술, 사회, 퍼즐, 인체 이렇게 일곱 분야로 나누어 설을 풀어놓았다. 저자처럼 자기의 전문 분야가 확실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자기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까지 파고드는, 그것도 중년을 넘어가는 나이까지, 사람이 흔하진 않은 것 같다. 저자만큼은 안되지만 나 역시 내 전공과 다른 분야라면 더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서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서 읽자마자 이 저자와 공감대가 금방 형성되어 후다닥,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음식, 요리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다. 생화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화학적인 반응이며 주방은 나름대로의 실험실을 닮았다는 얘기는 나도 자주 하는 말이다. 다만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 정확한 정량화, 반복에 의한 재현성을 추구한다는 점은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이겠지만.

시험을 목적으로 하는 어학 공부가 아니라, 이세상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종류 하나를 늘려간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언어를 배워가는 즐거움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평생 자연과학을 공부해오던 사람 조차 뒤늦게 자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고 매혹된다는 것이 아이러니 같지만 사실이다. 오늘 핀 꽃이 어제 핀 꽃과 다르고, 같은 종류이면서 왜 이 꽃은 오늘 피었고 저 꽃은 어제 피었는지, 무엇이 차이를 만들고 영향을 미치는지만 궁금해져도 그건 텍스트북에 없는 다른 세상이다. 

예술의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실험실 밖 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것. 공간적으로만 다른 세상이 아니라 사고의 새로운 분야로 들어가면 그곳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이고 우리의 두뇌는 좋아 춤을 출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사회의 전통과 관습, 권위에서 한발 물러나 보면 훨씬 더 확장된 사고를 가질수 있고 확장된 이해력을 가질수 있다.

퍼즐은 흩어지고 집중이 어려운 복잡한 세상에서 정해진 답을 풀어나가며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과정의 일환이다. 정해진 답을 암기하여 아는 것만 많아 지는 대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에서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을 배운다.

인체가 복잡하고 정교하게 돌아가는 것은 37조개나 되는 세포의 숫자가 아니라 37조나 되는 세포들이 서로 질서를 가지고 협업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은가? 

어쩌면 저자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의 경험담 이상으로 우리 역시 더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가졌던 적이 있을지 모른다. 이런 탐험가 정신을 기존의 '공부'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려 단정짓는 대신,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그것은 곧 자기 자신으로의 탐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 제목처럼 삶이 괴로워질때 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왕이면 괴로워지기 전에 시작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해서 리뷰 제목을 저리 붙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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