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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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거나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고, 생계 유지에 필요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저자는 왜 제목에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라고 했을까. 아마도 소설쓰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다른 일에 종사하는 것과 어딘가 다를것이라는 일반 사람들의 선입견때문일텐데 사람들은 소설가라고 하면 직종의 한 명칭이라기 보다 예술 활동 자체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자기 직업은 자기가 선택했음에도 직업을 소개할때 좋은 점보다는 열악한 작업 환경, 고충, 과로를 먼저 얘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듣는 사람은 안타깝다. 저 일이 한시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직업으로서 매일 해야하는 일이라니 하루 하루가 얼마나 고달플까, 그 사람이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게 된다.

다행히 장강명 작가의 이력을 보면 그가 어쩌다 떠밀려 소설을 쓰게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대번 알게 되긴 하지만 그래야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더 확인하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소설가라는 직업이 자기에게 매력있는 직업인 이유는 (이전 직장인 신문사, 건설사와 비교해서), 

첫째, 주체적으로 일하고, 일의 주인이 나이다. 

둘째,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을 생산한다. 

세째, 내가 만드는 생산물이 단순한 소비재 이상이다.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가 물론 이렇게 첫째, 둘째, 세째 하며 쓰진 않았지만 요약해보면 그렇다. 소설가에게 소설 쓰는 일이 그렇다면 독자 역시 지금 나의 직업을 대응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는 사항이 아닌가 싶다. 

한편, 그는 왜 소설 쓰는 일이 엄연한 하나의 직업임을, 굳이 연재까지 해가며 (이 책은 채널예스에 연재했던 글 모음집이다) 집중 설명해야했을까. 소설 쓰는 일을 다른 직업과 병행하여 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장강명 작가 자신은 소설쓰는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고 소위 괜찮은 직장에 사표내고 나와 오로지 글만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볼 수 있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것도 조금은 작용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단단히 다져보는 기회로 삼고 싶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정이현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던 중 신인작가 소개를 하는 시간에 장강명 작가의 <열광금지, 에바로드>라는, 생소한 작가의 생소한 제목의 소설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활약이 매우 기대되는 소설가라고 극찬하던 때부터 이 작가에게 관심이 있었다. 2011년 작가로 데뷔한 것에 비해 부지런히 소설을 발표해오고 있고 에세이, 논픽션 디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였다. 사회 고발적인 성격의 글이 많은 것에 대해 그가 기자 출신이라는 배경을 들기도 하는데, 그가 낸 책들의 제목들을 보거나 <월급사실주의>라는 특이한 제목의 동인 문인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을 봐도 그가 지향하는 바와 개성이 엿보인다. 

본인은 앞에 나가 얘기하는데 재주가 없다고 했으나 들어오는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잘 하진 않는 듯, 여러 매체를 통해 자기 역할을 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나름 큰 포부를 가지고 장편소설을 냈고 ("재수사 1, 2")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읽어벌까 생각중이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거나 글을 읽는 것은 듣고 읽는 사람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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