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지 못하는 당신에게 - 논어에서 찾은 나의 이립
이지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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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없이 존재하지 않고 미래로 연결되지 않는 현재란 없다. 살아있는 한 현재 속에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새삼 그렇게 살라고 하는 말은 무슨 뜼일까. 

과거는 과거로서 새기고, 미래는 미래로서 계획해야 하는데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그르치거나 미래를 위해 지나치게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우리는 이미 손에 갖고 있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데 시간을 소비하며 앞으로 갖고 싶고 되고 싶은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 당장 한치 앞을 못보는 인간의 운명인데 열치 앞을 조망하며 현재를 고통속에 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현재만 생각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은 아니니, 어느 정도라고 선을 긋듯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운 일이고 끊임없이 자기가 걷고 있는 길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한 과제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지훈 변호사는 자기의 인생 경험을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고, 자기의 경험에 변호사로서의 전문적인 지식을 더하여 방송, 저술, 개인방송 운영등의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적극적 활동가이다. 마흔 여섯 해를 살면서 한동안 개인적으로 헤어나기 어려웠던 시기를 보냈고, 극복하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논어>를 읽으면서 얻은 통찰을 이용,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겪을 수 있을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자기가 알게 된 것을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논어>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면서도 고리타분하거나 귀에 이미 익숙한 내용들만이 아니라 새로운 대목들이 많았다. 

흔히 우리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안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곧 '성장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68)

<논어>를 읽으며 그녀가 깨달은 것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이립 (而立)'인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어렵다. '사리로써 나답게 바로 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모든 것은 나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으로, '이기 (利己)'와는 다른 뜻이다.


우리의 삶은 덕이라는 그릇을 점점 넓혀가 결국에는 그릇이하는 형태가 없어질 때까지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갑니다.

공자는 나보다 못한 사람과는 친구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무우불여기자, 無友不如己者). 이 말은 광장한 반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여기서 너와 나를 비교하는 기준은 경제력이나 신분이 아니라 배우려고 애쓰는 자세, 즉 '호학(好學)'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성장하지 않는 사람을 '곰팡내 나는 치즈'라고 표현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의 사교는 값이 너무 싸다.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기 때문에 각자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하루 세끼 식사 때마다 만나서 우리 자신이라는 저 곰팡내 나는 치즈를 새로이 서로에게 맛보인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서로 치고받는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는 예의 범절이라는 일정한 규칙들을 협의해놓아야 했다." (146)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내 또래 어떤 사람을 만나면 만나는 시작부터 헤어지기 까지 자녀들 얘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없고 '엄마'라는 신분만 있다. 안테나는 늘 자식을 향해 있다. 혹시 부족한 것이 없나. 내가 해줄 것은 없나.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만남을 가지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헛헛하다.

북극성이 할 일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머무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다른 별들은 알아서 질서를 잡아갑니다. 내가 나로서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 부모님, 배우자, 자녀, 친구, 회사 동료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자기 자리를 잡아 갑니다. (157)


삶을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감정은 '외로움'입니다. 사람의 성장은 이 외로움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로움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람은 끊임없는 성장의 동력을 얻게 되지만, 외로움에 압도당한다면 매번 잘못된 선택을 하다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170)


착한 사람은 좋은 배우자가 아니다

그럴까? 남에게 착하게 보이는 사람, 남에게 착하게 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갖는 함정을 말하는 것이리라.

공자는 '인자만이 제대로 사랑하고 (能好人, 능호인) 제대로 미워할 줄 안다 (能惡人, 능오인)'고 하였습니다.

착해서가 아니라 지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대로 화를 내는 것은 제대로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가 화를 내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고, 사리에 맞게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화를 내지도 못합니다. 그러고는 좋은 말로 포장하며 정신승리 쪽을 선택합니다. (306)

나도 지금까지 자신 없는 항목.


누군가가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원망을 덕으로 갚는 것은 어떨까요?"

공자의 답변이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덕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무엇으로 갚을 것이냐?

원망은 직으로 갚고 (이직보원 以直報怨) 덕은 덕으로 갚는 것이다 (이덕보덕 以德報德)." (307)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신이 한때 실패를 겪지 못했더라면 이런 새로운 깨우침의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 실패를 겪지 않을 수는 없고, 그때마다 좌절하고 하향 곡선을 그려갈 것인지, 슬퍼하고 절망한 후 결국 다시 일어나 배움과 깨우침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저자의 바람대로 이런 여성들이 주위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논어를 글자로만 휘리릭 읽는 대신 의미를 읽어들여 나름의 통찰의 기회로 삼기를 희망하는데 여전히 그러질 못하고 이렇게 다른 사람이 전하는 말로써만 끄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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