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선란 작가의 <나인>을 읽었다. 천선란은 2020년에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였고 2022년에는 <나인>으로 SF어워드 장편 우수상을 수상함으로써 국내 SF 소설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작가 중 한사람이다. 작가들도 소속사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작가 검색하다가 처음 알게 되었는데 김영하 작가도 이 작가와 같은 소속사였다.

평소 SF소설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을 많이 좋아해서 언제나 관심을 같고 있는 편이라, 그리고 요즘 천선란 작가의 인기도까지 한몫하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우선, 읽는 동안 지루하진 않다. 아마 주인공의 특별한 태생, 특성도 참신하다지만 그것만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 미제 사건을 등장시켜 주인공이 자신의 특성을 이용하여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구성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다. 실제로 식물의 생식 방법 중에 영양생식이라는 방법이 있는데 주인공 유나인이 태어나는 방식을 보면 마치 영양 생식 하듯이 식물의 뿌리 일부가 발생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떨어져 나온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식물들의 말을 들을 수 있으며 파란빛 에너지를 내는 '누브족'이라는 외계인인 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인간 틈에서 자랐으며 누구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유나인은 17살이 될때까지 자기가 누브족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란다. 손가락에서 싹이 자라나고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며 파란빛을 내는 다른 누브족 소년을 보게 되면서 의문을 가지게 되고 자신을 키워준 이모로부터 비로소 누브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듣게 된다. 

여기까지는 소설의 배경, 상황 설정이고 이것만으로는 이야기가 안될테니 본격적인 사건이 펼쳐져야 하는데 2년 전에 실종된 도현이라는 학교 선배가 사실 실종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인이 식물들로부터 듣게 되고, 그 사건을 파헤쳐 사실을 밝혀내려는 나인의 분투 과정이 소설의 줄거리 역할을 한다. 이 일은 나인 혼자서 하는 일은 아니고 거의 친형제 남매처럼 붙어다니는 또래 학교 친구 신미래와 강현재, 그리고 다른 누에브족 소년 승택과 함께이다. 그리고 이들이 청소년들인 만큼 그 세대 특징적인 관계 갈등, 진로, 가족에 대한 고민들도 소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재미없지도,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지도 않았다고 할까. 식물과 외계인의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그런 특별한 존재에게 소설 속에서 맡겨진 임무랄까 사명이 다른 청소년 실종자 사건의 해결이라는 것, 그것도 식물들의 정보 제공이 일을 어렵지 않게 해결하도록 해준다는 점 (주인공 자신이 주가 되는 활약보다 더),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밝혔을때 인간들이 받아들이는 과정의 놀라운 포용력과 이해심, 그들이 청소년들임에도 말이다. 고개를 갸우뚱 하게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누브족이 지구 상에 오게 된 배경, 앞으로 이들의 계획 등에 대해서는 승택과 그 부모를 통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고 작가도 그 배경 설정을 하느라 많이 고심했을 것임에도, 소설 전체로 볼때 큰 의미로 연결되지 않은 아쉬움도 있다.


참신한 발상이라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호평에 빠지지 않는데, 아이디어와 상상력만으로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 그 의미를 작가가 직접 강조하여 설명하는 대목들도 과잉 친절 같아 보였다. 독자가 해도 되는, 독자가 해야 더 기쁨이 큰, 독자 전용 분야까지 선을 넘는 느낌이라고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