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의 노래
공선옥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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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또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그들을 소재로 한다거나 말투를 사용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청소년이 실제로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끼는지 그 시기를 이미 수십년 전에 지나온 사람이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년전 내가 겪어온 일이니 기억이 잘 나지도 않을뿐 더러 설사 기억이 잘 난다하여도 그것에만 의존해서 써도 안 될 것이다. 회상록이나 자서전이 아니라 창작 소설이라면.

이 책 <선재의 노래>는 소재가 무엇이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공선옥이라는 작가는 내가 주저 없이 읽게 되는 작가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공선옥이라는 이름이 보여 골라든 책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열세살 선재. 아버지는 한참 전에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죽었고, 엄마는 어디로 갔는지 할머니가 말을 안해주어 모른다. 물건 팔러 장에 갔던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는데 병원에 도착했을때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서재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동네 어른들의 도움으로 화장을 하고 나서 혼자 며칠을 우두커니 보내던 선재는 할머니가 예전에 말한 적 있는 절골이라는 곳을 영정 사진과 유골함을 들고 찾아 간다. 선재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이제 혼자된 선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 자신이 작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픈 일을 겪었고 그 슬픔 속에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열세살 선재의 슬픔에 육십살 내 슬픔이 기대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났다. 그리고 다시 봄이다. 사방에서 꽃이 피고 새 움이 돋는 봄이 왔다.


할머니 유골함과 영정 사진을 가지고 집을 나선 선재는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길에서 만난다. 혼자서 시간을 통과하고 사람들을 통과한다. 그러면서 자꾸 다짐한다. 


"나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열세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해본다. 초등학교 6학년.

지금의 열세살과 작가가 살아온 열세살은 물론 많이 다르겠지만. 이 소설 속 선재는 작가가 살아왔을 시기의 그 순진한 열세살도 아니고 요즘의 열세살로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열세살이라고 하기엔 당차고 용기도 있어보이지만 어린이로서 그래 보이기 보다는 군데군데 어른 (작가)의 목소리와 생각이 들어간 캐릭터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날, 할머니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할머니는 언제까지나 내 곁에서 할머니의 모습으로 살고,

나는 언제까지나 할머니 곁에서

지금의 내 모습으로 살 줄 알았다.

그 외의 다른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날들은

언제가는 끝나게 된다. 그것은 실제 상황이다.


어른 작가의 목소리가 반쯤 덮여진 것처럼 읽게 되는 것은 나만 그런가.


스토리는 단순하고 쉽게 따라가며 읽을 수 있다. 작가의 필력이 있어 무리한 진행이나 급반전이 일어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결말 조차 훈훈하게, 독자를 안심시키며 맺는다. 작가의말에서 새 움이 돋는 봄을 언급했듯이.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 쓰기는 어렵다. 차라리 내놓고 내가 겪은 이야기하고 하며 쓰기는 덜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글을 쓰기란 아무리 기성 작가라 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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