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지손가락 숨쉬는책공장 청소년 문학 4
이주현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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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손가락 빠는 버릇 있던 바로 아래 여동생이 생각났다. 애정 결핍 증상일 수 있다는 얘길 듣고 엄마는 동생에게 각별히 더 신경을 쓰셨었고 지금도 그 얘기를 하시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 중학생 서준. 긴장이 되거나 불안할 땐 엄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깨무는 버릇이 있다. 학교에서 친구를 못 사귀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가해자로 살아가던 서준은 힘든 학교생활을 더 이상 계속 할 수 없게 되자 부모와 합의하여 갑작스럽지만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다. 중국에 처음 도착한 곳은 한국인이 적다는 하얼빈 이었지만 그곳에서도 서준은 유학 와 있는 한국 아이들 사이에서 은따를 당하고 누명까지 쓰게 되자 하얼빈을 떠나 중국의 다른 도시 항저우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한다. 이런 배경 하에 혼자 중국의 항저우 공항에 도착한 서준. 그런데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는 나오지 않고 이후 과정에 대해 준비가 안되어 있어 당장 갈 곳이 없는 긴장된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혼자 외국 생활과 학업을 헤쳐나가기에 어린 나이이고, 갑작스럽게 결정된 유학이었으며 그래서 말도 서툴고 모든 것에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 에서의 힘든 학교 생활 때문에 떠나온 것이데 중국에 와서 첫 도착지 하얼빈에서조차 이미 안좋은 경험을 한 서준이 너무 안스러웠다. 아들을 그렇게 혼자 중국 땅에 보내놓고 한국에 있는 엄마의 마음은 어떠햇을까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되었다. 더구나 서준의 엄마는 서준을 비혼모의 신분으로 낳아 혼자 키워오다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황. 엄마의 입장으로 써도 또다른 소설 한편이 나올만하다.

체구도 작고 심성도 여린 서준은 중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한국과 하얼빈에서 친구 사귀기와 학교 생활에 실패했던 경험과 상처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줄거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분류하자면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에서 시작하여 <외톨이>, <안녕, 바이칼틸>에 이어 이 책 <나의 엄지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청소년 소설에 대한 애정을 알고 있다. 

실제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소설들은 무리 없이 자연스럽고 구체적이라 읽는데 편하기는 하지만, 픽션이 보여주는 획기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팍팍 터져주진 않는다. 서준의 청소년 시기 전체를 담고 있지 않음에도 시작과 끝이 적절하다. 서준의 독백대로 케이오스처럼 시작된 유학이 자리 잡아가기 까지 길지 않은 어느 한 기간에 불과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 한 기간은 과거의 한 시기, 앞으로 살아가게 될 어떤 한 시기보다 값질 수 있다. 대단한 것을 이룰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홀로 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더 나이가 들어서, 더 나이 먹고 몸은 커져도 혼자 아무것도 결정 못하고 실행 못하는 애어른들과 서준은 분명 다른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는 작가의 의도도 그러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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