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에서

                                   
                                          유   안 진

 

단 내 차오르는 불볕 아래 서면
             숨이 가빠 숨이 가빠 혼절할 수 밖에 없고

     별빛 꽂히는 밤 바닷가에 나아오면
           마녀의 펄럭이는 옷자락에 매어달린 채

왕자 얼굴 한번 엿보기 위하여
 벙어리가 되어버린 인어아가씨

그녀의 어리석음이
부러워서 나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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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유 안진이라는 시인을 참 좋아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면서
종이에 시인의 이름을 자꾸 자꾸 써 보곤 했다
한글로, 그리고 한문으로까지, 
유. 안. 진. 柳. 岸. 津...
그리고 소리내어 읽어 보고는.
시인의 이름에서
시인의 시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고 웃었다.
오늘 누렇게 바랜 한권의 노트를 찾아 내어
먼지를 탁탁! 털고 펼쳐 보았다.
검은 색 만년필로
한 페이지에 한 편씩
좋아하는 시를 적어 놓은.
쓰면서 행복했던 기억
나의 재산은 바로 이런 것
...

 

(한 편 더...)


용 기

 

                             유    안 진

 

장마철 무너져 내리는
사태비탈에서도

쐐기풀 한 포기가
몸을 털고 일어선다

저 용기 저 기백을 보고
마음 고쳐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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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시도
마지막 연이 포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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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7-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단아하고 참 좋네요. 좋은 시 읽고 갑니다. 'ㅁ'/

hnine 2007-07-22 04:59   좋아요 0 | URL
twinpix님, '단아'하다고 표현해주셨군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