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드는 법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땅콩문고
이연실 지음 / 유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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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가는대로 쓰는 글,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에세이의 특성때문에 사람들은 에세이를 친근하게 느끼기도 하고 홀대하기도 한다. 알고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치더라도 붓 가는대로 쓴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친근한 손길이 되어 잡아끌어주는지. 매력적인 분야가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에세이의 정의가 어떻든간에 좋은 에세이와 평범한 에세이, 잘 쓴 에세이와 그렇지 않은 에세이의 구분은 지어진다는 것이다.

15년차 출판사 에세이 편집자가 쓴 이 책의 제목은 에세이 쓰는 법이 아니라 만드는 법. 에세이 쓰는 사람보다 만드는 사람이 읽으면 더 유용할 내용이 많고, 에세이 한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에세이집이라는 단행본을 출판할 때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읽어야 한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고가 될만한 내용들을 몇가지 뽑아서 정리하고 넘어간다.


첫째, 책의 제목을 짓는데 고심해야한다.

본문 중에서 좋은 단어와 구절을 순서 없이 옮겨 적고, 마구 흩어놓아 보고, 이리 저리 조합을 하다보면 좋은 제목이 매직아이처럼 튀어나올때가 있다. (33쪽)

제목은 어느 날 번뜩이는 영감을 받아 짓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삽질 끝에 겨우 찾아내고 발견하는 것이다. (43쪽)


둘째, '네 일기 너나 재밌지' (124쪽)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마구 끌어모아 되는대로 분량 맞춰 엮는게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일의 핵심을 꿰뚫는 강력한 콘셉트, 쓰는 사람의 오늘을 한 타래로 꿰는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예.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


세째, 논픽션도 에세이가 될 수 있다. (148쪽)

에세이와 논픽션이 고등학교 문제집에서 분류하는 것처럼 '비문학'이 아니라 문학 이상의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렉시예비치라는 노벨문학상 작가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으로 증명해주었다.


몇가지 안되는 위의 내용보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으로 남을 대목은 들어가는 말에 있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었다.

한 사람이 살아온 대로, 경험한 만큼 쓰이는 글이 에세이다. 삶이 불러 주는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숙성시켰다가 작가의 손이 자연스레 받아쓰는 글이 에세이다. (13쪽)


에세이에 대한 정의로 이보다 더 공감가는 표현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싶을땐 나의 경험이 축적되고 있구나, 나의 컨텐츠가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위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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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2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략한 리뷰, 좋습니다.
나인 님이 마지막 문단에 쓰신 것은 더 좋습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어려울 상황일 땐 나의 경험이 축적되고 있는 시간이고, 생각이 깊어질 수 있는 시간임을...

hnine 2022-02-26 06:49   좋아요 0 | URL
책이 워낙 간략해요 ^^
‘나의 컨텐츠가 풍부해지고 있어~‘ 사실 평소 제가 잘 하는 혼잣말이랍니다. 꼭 힘든 상황 아니더라도 뭔가 예상하지 않던대로 일이 진행되어 갈때요. 더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컨텐츠가 글로 빵 터질지도 모를까요? 그땐 어떤 글을 써내겠다고 머리 쥐어짜지 않아도 그냥 술술 나오게 될까요? ㅋㅋ 오래 오래 살아야겠어요.
늘 관심과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