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만 더 뛰면 죽음이라면
정말 그렇다면
달리기는 그 지점부터 시작된다
살아있다는 말 따위는 믿을 수 없어야 한다
더는 달려 나갈 게 없을 때
세상에 오직 나만 없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짓말이 세상에 가득해질 때
- 이승희 시집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달리는 저녁" 이라는 시의 일부 -
적지 않은 나이를 먹으며 살아오는 동안
나는 과연 저렇게 힘든 시기를
피하지 않고 견뎌본 적이
몇번이나 있었나 생각해보았다
있기는 있었는지
한 발만 더 뛰면 죽을 것 같을때
살아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때
더 이상 앞이 안보일때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 같을때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 거짓말로 들릴때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그때가 달리기를 맘먹어야하는 순간이라고
이 시는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