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의 개미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3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에 읽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이다.

캉안이라는 아프리카의 가상국이 배경이고 샘, 이켐, 크리스 세사람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중고등학교때부터 친구였고 함께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공부를 마치고 세사람은 모두 고국을 위해 일하리라는 포부를 가지고 돌아오는데, 원래 의사 지망생이었으나 영국 사람들을 모방하기 좋아하고 남들의 기대에 맞추는 경향이 있던 샘은 학교 교장의 한마디에 군인이 되기로 방향을 바꾸었고 군인이 된 샘은 캉안으로 돌아와 쿠데타를 통해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크리스와 이켐은 각각 공보처장관과 신문사편집장이 되면서 세 사람 사이는 예전같지 않게 된다. 

구체적으로 일이 터진 것은 한동안 가뭄으로 시달리고 있는 아바존이라는 지역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직접 찾아오는 일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이 된 샘은 이 일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보처장이자 친구인 크리스를 포함한 각료들을 소집하여 이 일이 더 커지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잠잠해지게 하고 싶은 자기 뜻을 알아주기 바라며 협조를 바라지만 크리스부터가 여기에 냉담하기만 하다. 결국 대통령 각하 즉 샘은 검찰총장을 불러 아마존 주민들의 의견을 적당히 들어주는 척 하며 무마할 것을 명하고 크리스에게는 언론 보도를 주의시킬 것을 부탁한다. 크리스는 이런 사실을 신문사편집장인 이켐에게 알리고, 이에 동조할 수 없는 이켐은 그날 밤 <태양에게 바치는 찬가>라는 비유적인 글을 쓴다. 이 글은 새정부와 대통령의 정책과 행태를 비웃고 풍자, 경고하는 내용인데 이 책 제목 <사바나의 개미언덕>의 유래를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아침은 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모두 머리가 여럿 달린 아주 오래된 청동 동상이 되었고 그들의 얼굴은 단지 뭉툭해진 이목구비만 남아 마치 사바나에 새로 돋아난 풀에게 지난 해 덤불에서 발생한 불에 대해 이야기해 주려고 남아 있는 개미 언덕 같습니다. (55쪽)


창조주 전능자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중간역할자 메신저 외눈박이 신에게 올리는 말로써, 당신 (외눈박이 신) 보기에 인간이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뜻을 거역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을지라도 그것이 노여운 나머지 내팽기치며 무시해버리는 짓을 하지 말것이며 하물며 인간 세상을 다 불태워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라고 탄식하며 부탁, 내지는 경고하는 내용이다. 이 책의 요점이 이켐이 쓴 이 <태양에 바치는 찬가>라는 글에 집약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여기서 사바나는 아프리카 신생국 캉안을, 개미 언덕은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온 민중들의 흔적과 역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샘, 크리스, 이켐 세사람 모두 캉안이라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는 같았을지모르나 그들이 택한 방법과 길은 달랐다. 결국 대통령은 이켐에게 신문사 편집장 정직 명령을 내리고 대통령궁으로의 불법 데모 행진과 관련하여 아바존 지도자들과 함께 체포한다. 이켐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크리스는 흥분하여 그의 행적를 수소문하며 찾아다니지만 행방은 묘연하고 믿고 싶지 않은 루머만 떠돌뿐이다.

치누아 아체베는 아프리카의 가상국 캉안을 배경으로 조국인 나이지리아는 물론 제3세계 신생국의 문제점을 파헤쳐보려고 했다. 서구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에서 해방은 했지만 신생국이 스스로 헤쳐나갈 길은 순탄하지 않다. 강력한 지도력의 필요성을 독재자의 출현이 대신하고, 독재자의 불안은 언론 탄압, 민심 수용 실패, 대립과 반목, 부정부패로 이어지면서 국가 운영은 혼돈속 진흙탕 길을 걷는다. 이런 상황의 책임을 서구 제국주의에 전담시키는 대신 아프리카 자국민에게서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그의 이전 작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와 같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그의 첫번째 소설이고 <사비나의 개미언덕>은 그의 다섯편의 소설중 마지막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세사람 주인공 모두 뜻하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되고 역시 개미언덕의 일부로 남는 것인가 절망스러울때, 이켐과 그의 여인 엘레와 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명명식을 목적으로 크리스의 연인이었던 비어트리스를 비롯한 여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 하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새롭다. 그렇게 맺은 작가의 의도를 다시 헤아려보게 하는 결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