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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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간이면서 과연 인간 본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될 때가 있다. 폭력과 학대의 대상이 적이 아니라 바로 연인, 자기가 낳은 자식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때이다.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어느 민족, 어느 계층에 국한된 일도 아니며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유가 뭘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성장과정에서 어떤 결정적 결핍 또는 회복안될 상처가 있었기에 이런 극단적 행동 이상을 보이게 되는 것일까.

스웨덴에서 잘 알려진 여성 만화 작가인 오사 게렌발의 <7층>도 이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1973년생, 올해로 48세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한다.

첫 장면은 주인공 '나'가 집을 떠나 예술 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모 곁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혼자라는 새로운 자유를 만끽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어느 날 파티에 참석했다가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이는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그는 나의 모든 우울과 불안과 실패를 잊게 해주고 과거야 어떠했든 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걸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제목 <7층>은 나와 남자친구가 함께 살기 시작한 아파트의 층 수를 뜻한다.

그러던 남자 친구가 가끔 이상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사사로운 행동을 지적하며 이유를 따져묻는가 하면 이런 건 하지 말라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의 비상식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더욱 잦아지고 신체적 폭력까지 가하는 일이 벌어지자 나는 점점 견디기 어려워지고 보이지 않는 족쇄에 채워져 그 끝을 남자 친구가 쥐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게 된다. 비슷한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이 이런 상태로 상당한 시간을 끌게 되는 것에 반해 주인공 나는 이대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용기를 낸다.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 선언하고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부모님 집으로 옮겨온 것이다. 혼자 견디고 삭히는데서 벗어나기 위한 이러한 행동은 좀처럼 여성들이 결단못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런 결단을 어렵게 해봤자 그것이 시원한 해결점이 되리라는 기대 대신 남들이 믿어주지 않는채 자신의 결점 폭로에서 그치고 말거라는 불안감, 즉 나의 행동이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과 불확신때문이다. 이런 의심과 불확신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우리는 그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 책임을 나눠가지는 것이 맞다.

남자 친구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물리적 폭력을 고발하고서 주인공 나는 또한번 시련을 경험한다. 반복되는 경찰 조사는 물론이고 스스로 재건의 고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난 그야말로 난파선과도 같았다.

내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73쪽)

 

그동안 서서히 잃어온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쉽고 즉각적일리 없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그보다 더 노력의 가치가 있는 일이 있을까? 그녀는 서서히 스스로 재건되어 갈 것이다. 정작 문제는 그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노력 유무가 아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말해준다.

 

하지만 언젠가 또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그를 마주치게 되리라. (79쪽)

 

이 사회에는 전 남자친구와 같은 남자가 어디든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가 지금도 주인공 '나'가 겪은 일을 겪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회에 아직 우리가 살고 있음을 일깨우는 저자의 경고의 말이다.

오사 게렌발은 개인적인 불행과 시련의 경험을 침묵으로 억누르지 않고 그 침묵을 깨고 나와 이후의 삶을 자신만의 방법인 그림과 글로서 사회를 일깨우는데 일조 하며 살고 있다. 사회에 일조는 물론이고 오사 게렌발 개인적으로도 훨씬 가치있는 삶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바른 방향으로 전환해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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