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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7월
평점 :
사람의 특성을 단순하게 일반화 하거나 카테고리화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노력해야할만큼 우리는 참 쉽게 사람을 분류하기 좋아한다. 이과생과 문과생, 맏이와 막내, 음대생, 공대생, 시인, 공무원, 선생님 등등. 벌써 단어와 함께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이것에 익숙해있다. '공대생이 만화를?' 하는 호기심을, 만화를 전공으로 하지 않은, 전문 만화가가 아닌 학생이 그렸다는 정도로 제한하고 보려고 했다.
아이패드 산 기념으로 만화를 그려보았고 (이미 이쪽에 재능이 있었다는 얘기) 그것을 스누라이프 (SNULife) 라는 서울대 생활정보 사이트에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이 만화책의 탄생 경로이다. 내용은 과학, 공학 분야의 유명한 학자들과 그들의 업적을 간단히, 이해하기 쉽게 담은 것인데 케플러, 보어, 패러데이 같은 수백년 전 사람도 있고 빌 게이츠, 제임스 와트슨 같이 현존하는 인물도 있다. 다른데서 들어본 일화도 있지만 이 책에서 처음 보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인물들의 특이한 성격, 괴벽, 일화 중심인 것 같지만 잘 읽어보면 평소에 많이 들어봤어도 설명하라면 잘 못하겠는 개념들에 대한 설명들도 깨알처럼 책 여기 저기 박혀있었다. 특히, 슈레딩거 편에서 슈레딩거의 고양이로 예시되는 슈레딩거 방정식에 대한 설명은 아인슈타인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반론과 더불어, 관측하기 이전에는 물리량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알쏭달쏭함으로, 이어서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의 증폭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인물 그림도 나름 그들의 특징을 살려 그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표지의 저자 사진에 보면 사진 옆에 그림으로 매달려 있는 두 인물이 있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쇼클리와 수학자 푸엥카레인데 쇼클리는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저자가 설명해놓았지만 푸엥카레는 특별히 저자가 존경하는 인물일까?
만화로 연재할때 댓글로 달렸던 것으로 보이는 독자의 의견들도 페이지 한쪽에 기재했는데 이것 읽으며 더 많이 웃은 듯 하다. 가장 기발하다고 생각한 것은 과학자 한 사람과 저자의 1:1 대화창이었다. 우문우답 처럼 보이지만 현문현답이라 할만큼 질문도 대답도 기발했고, 대답하는 방식도 설명한 과학자에 따라 다 달랐다.
재미있는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첫째, 아무래도 일화 중심이 되기 쉬운 함정이라는 것인데, 예를 들어 패러데이 과학 자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과 더불어 패러데이의 <촛불의 과학>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둘째, 아무리 만화라지만 참고 문헌이 몇권이라도 명시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이 과학자이다보니 유난히 과학 분야에 천재가 많은 것 같지만 천재는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작곡, 연주, 그림, 조각, 건축 뿐 아니라 문학, 역사, 철학 등등.
이응노 미술관 입구 돌에 새겨져 있는 말이 생각났다.
"이 세상의 천재는 노력이 이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한 사람들도 대부분 천재 소리를 듣던 사람이라는 것이 더욱 범인을 슬프게 한다. 노력도 안 하면서.
(저자의 사진을 보니 얼굴이 어딘지 낯익어 알고보니 한때 TV에 종종 출연하던 맹기열 셰프가 저자의 형. 형제가 얼굴이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