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홀로 앉아
일운 지음 / 모과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오래 동안 보관함에 있던 책들 중에서 몇권을 골라 읽고 있는 중이고 이 책도 그중 한권이다.

보관함에 넣을 당시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불교와 관련된 책들은 늘 마음을 끌고 있다가 가끔씩 이렇게 한권씩 사보게 된다. 이 책은 불교 관련된 책이랄 것도 없이 '청향헌에서 띄우는 마음 편지'라는 소개문처럼 짧고 가벼운 글들로 이루어져있다. 읽을라치면 하루면 쓱쓱 페이지 넘겨 다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장들이고 이해가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글을 쓰신 일운 스님은 1969년 경북 청도 운문사로 출가하셨다고 한다. 운문사라는 것을 보고 아마 여자 스님이신가보다 했다. 1991년부터 경북 울진 불영사에서 불교에 정진하는 생활과 함께 지역사회 포교 활동에도 활발하셨던 듯. 사찰음식대축제, 산사음악회, 울진군 청소년 백일장 등을 열었고 2011년에는 '만일결사회'를 결성하여 매일 3,000여 명에게 마음 편지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결사회란 만일(萬日) 동안 수행정진을 함께 하기로 하는 모임으로서, 이 책은 그 마음 편지 띄웠던 것을 모아서 엮은 책.

내용은 짐작하다시피 모두 좋은 말씀이다.

이 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은 아마도 이게 아닌가 싶다.

'내려놓으라'

무엇을 내려놓는가? 묻는다면 무엇을 내려놓는가 하는 생각도 내려놓으라고 하실 것이다. 방하착 (放下着). 그냥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영어의 letting go 같은 것. 집착하지 말라는 뜻인데, 인간으로서 살아있는 동안 계속 정진해야할 목표이지 완전히 도달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불교라면 웬지 홀로 정진하는 것을 선호할 것 같지만 스님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소통'을 들었다. 소통이라하면 학생과 선생님, 자식과 부모,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등 인간 관계에서의 소통을 떠올리고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소통말고 스님이 지적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소통말고, 우리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소통입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과 스스로 소통하는 것이지요. (115쪽)

자신의 삶과 소통한다는 생각은 여태까지 해본 적이 없다. 남과 소통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일, 그래서 나 자신부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으면 과연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내려놓으라는 말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말은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흘며 현재를 소모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보려한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휴식을 갈망하면서 정작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무료를 느끼며 외로와하고 우울에 빠진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어른이 되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빨리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마음대로 살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면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며 되돌아가기를 갈망하거나 후회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놓으면 결국은 건강을 잃고 젊음을 잃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벌어놓은 돈을 다 써버리기도 합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여행도 다니고 편하게 살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일을 그만두고 여행도 다니고 편하게 살려고 하면 몸이 불편해서 다닐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삶 속에서 내 안의 모순을 발견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탁 내려놓아야 합니다. (291쪽)

모르는 말 거의 없다. 처음 듣는 말보다 귀에 익숙한 말들이 더 많다. 몰라서 읽지 않는다. 모르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실천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읽게 되는 것 같다.

 

스님이 계시다는 천축산 불영사는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