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5
이상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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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생물학은 발견의 학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머리말 첫 문장이다. 단순히 관찰하고 분류하고 이름 붙이고 기능을 밝히는 것이 주 내용이었던 생물학이 지금처럼 생명의 설계도를 바꾸는 분야까지 넓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두 가지 획기적인 발견이 큰 몫을 했다. 다윈의 진화론과 와트슨과 크릭의 DNA 구조 규명이 그것인데 이를 계기로 생물학은 과거 발견의 학문에서 오늘날 생명공학이라는 분야에 이르기까지 급 발전, 진보해왔다.

평범한 제목과 저자 소개만으로는 이 책이 기존의 생물학에 관한 책들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다 읽고보니 현재 생물학의 경향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중요한 생물학의 역사도 포함시켰고, 다른 분야에 비해 이렇게 빠른 발전과 진보를 이루느라 미처 진지하게 다룰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생명 윤리 문제, 다른 생물 종과 인간의 관계 분열, 종의 절멸과 변이종의 출현 등 인간이 자초하여 당하고 있는 후폭풍 문제들을 빠뜨리지 않았다. 빠뜨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꽤 설득력있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생물학은 자연과학에 속하면서도 다른 자연과학 분야들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하여, 생물학은 예외를 껴안는 학문이라고 표현한 것에 공감한다.

 

물리와 화학 현상에는 원래 예외가 없죠. 그러나 생물학의 현상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생물학에서 예외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연이라는 요소 때문인데요.

생물학에 법칙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예외를 인정할 뿐이죠. 어쩌면 예외가 낳은 다양성을 품기 위해 현재의 법칙마저 구부리는 것 그것이 생물학의 운명일지 모릅니다 (50~61쪽 발췌).

 

법칙은 있으나 예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법칙을 따르되 우연에 의해 발생하는 예외에 대해 구부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DNA→RNA→단백질이라고 하는 central dogma (중심 법칙) 도 레트로 바이러스에 의해 반박을 받았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레트로 바이러스),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레온 단백질도 여기 합세하였다.

유전 정보를 구성하고 있는 A, G, C, T 이 네 가지 염기에 몇가지를 더 해서 'XNA'라는 확장된 DNA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는 것은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인간에 의해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1980년대 개발되어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던 PCR 기술이 이제 생물학 연구실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 되어 요즘 처럼 매일 뉴스에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올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이 책에는 PCR 방법에 대해 기술적인 설명 뿐 아니라 어떤 괴짜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어떤 딜레마를 극복하고 개발되었는지도 재미있고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다윈이 진화론에서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진보' 개념을 멋대로 해석하여 자기 주장에 이용하는 비(非)과학자들에 대한 일침, DNA를 생명의 일부가 아닌 정보의 조각으로 보는 경향때문에 인공 세포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2010년) 이것은 가상세포의 수준에서 그칠 뿐 진짜 세포로 행동하지 못하더라는 것, DNA 정보가 전부일줄 알았지? 놀리기라도 하듯이 후성유전학이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등, 생물학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써도 솔깃하고 재미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이라면

1. 인용과 참고 서적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뒤에 한페이지에 걸쳐 책과 웹사이트가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본문 내용중에 인용 표시가 있어야한다고 생각된다.

2. 책 제본이 읽는 사람에게 매우 불편하게 되어 있다. 양손으로 책을 붙잡고 읽으라는 것인지. 출판사에서는 이점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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