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Lecture (Paperback)
랜디 포시 지음 / Hyperion Books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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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간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책. 언제부터 내집 책장에 꽂혀있었는지 모를 책을 이제서 꺼내 읽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말로 인생의 허무함을 한탄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사람은 과연 빈손으로 가는것일까. 물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럴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영향력, 가르침도 포함한다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2006년 췌장암 진단과 함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통고받았을때 저자인 Randy는 아직 40대였고 어린 세 아이의 아빠였으며 카네기멜론 대학 컴퓨터학과의 촉망받는 교수였다. 남아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가족들과 함께 하며 어린 자식들의 기억 공간을 채워주고 싶었지만 그 시간을 쪼개어 그는 자신의 아이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뭔가 더 구체적인 것을 남기고 가고 싶었다. 아내 Jay의 말에 의하면 그는 원래 자기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자기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그 기간이 Randy 에게는 힘든 항암의 화학치료 기간이기도 했지만, 돌아보건대 암치료를 위해 주어지는 그 어떤 약보다도 그가 쓴 이 책을 읽은 사람들로부터의 긍정적이고 애정어린 반응을 받았던 것이 그에게는 더 좋은 것이었다고 아내는 회상한다. 그는 마침내 불과 1년 전만해도 자기가 지금 이런 일에 시간을 쏟을거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을 히작한다. 길지 않은 생을 돌아보고 남겨질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남겨질 이야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연을 하였고, 책으로 출판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이든, 그렇지 못했던 사람이든,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가늠하여 생의 성공여부를 말하곤 한다. 얼마나 남기고 갔느냐는 말의 '얼마나'에는 재산, 직위, 때로는 자식의 성공 여부까지 포함시켜서 말할 때가 많으면서 말이다.

자기가 태어나는 때를 스스로 정하지 못했듯이 생의 마감도 자기가 정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 뻔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우리는 왜 그 순간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것일까.

흔히 나이들으면 말이 많아진다고 한다. 남의 말을 듣는 대신 자꾸 자기가 살아온 얘기를 꺼내어 한번 시작하면 끝낼 줄을 모르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자기에게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길게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 거기에 남을 가르치는 듯한 말투까지 보탠다면 상황은 더 못견딜 상태로 치닫는다. 이런 일에 대한 대안으로서 "내 말 좀 들어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에 해당하는 내용을 아무나 붙잡고 말을 하는 대신 혼자 글로 써보면 어떨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도 되고 억지로 듣는 사람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30년을 살든, 70년을 살든, 이 세상을 떠날 생각을 하면 누구나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것들을 자기의 경험을 기본으로 하고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잘 정리하여 에피소드 형식의 지루하지 않은 얘기들을 "The Last Lecture"  라는 제목으로 남겨주었다. 학생들과 interaction이 활발하던 젊은 교수였기 때문인지 강의라기 보다는 한바탕 그의 수다를 들은 느낌일 정도로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며, 그러면서도 요약이 잘 되어 결론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이해하기 쉽고 전달력이 확실한, 강의라고 치면 명강의이다.

 

Experience is what you get when you didn't get what you expected. (148쪽)

경험이란 당신이 기대하던 걸 얻지 못했을때 얻은 그 무엇이다.

 

'The Eaten By Wolves Factor' (160쪽)

: 어떤 일을 하기 앞서 worst case scenario를 생각해보는 것. 더 잘 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이다.

 

Once you get over them, it can be helpful to others to tell them how you did it. (174쪽)

당신이 일단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 극복해야 나중에 그것이 어땠노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A lot of parents don't realize the power of their words. An offended comment from Mom or dad can feel like a shove from a bulldozer. (198쪽)

많은 부모들은 그들이 하는 말의 위력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엄마 아빠가 화 나서 던지는 한마디는 (자식들에게) 불도저가 와서 밀어붙이는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지 3년만인 2008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가 결코 빈손으로 떠났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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