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 날,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돌았다.

지난 번 산책하면서 보았던 공사 현장이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 덕분에 발걸음을 붙잡던 약간의 귀찮음을 이길 수 있었다.

새파란 하늘.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 느끼기 전에 학교에서 글자로 먼저 배워온 한국의 가을 하늘이다.

걷다보니 나무 숲이 끝나고 공사현장이 떡 나타났다.

나무는 거의다 베어졌고 곧 큰 길이 날 것이다.

쌓아놓은 나뭇단 틈에 피어있는 주홍색 꽃이 눈에 들어왔다.

다 베어진 나뭇가지 사이에서도 꽃이 피었다는 것으로 쉽게 감격하지 않은 것은 최근 읽은 책의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명에 본질적으로 내재해있는 근원적인 힘. 죽지 않고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명 그 자체의 본성. 그 책에서 저자는 그것을 생명의 명랑성, 근원적 명랑성이라고 불렀다.

 

본성을 거스르지 말자.

힘들어도 사는거.

그것이 생명의 대전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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