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추둘란 지음 / 소나무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추둘란. 그녀는 1969년에 통영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로 올라와 농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편집회사에서 일하다가 취재차 찾아간 서산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다운증후군의 민서를 낳고 홍성으로 이사, 아이 키우고 농사도 짓고 글도 쓰며 지내고 있다. 스스로 시골 아낙이라고 칭했지만, 한때 집안에서는 서울에서 대학도 나오고, 제일 공부 많이 한, 기대 받던 둘째 딸이었으며, 한동안 압구정동의 사무실로 출근하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 모르게 그때 그녀 생애의 첫번째 눈물골짜기를 겪었다고 한다. 내 인생의 방향을 알 수 없고,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자신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흘러만 가는 삶이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우연히 만나, 그녀의 표현대로 <콩깍지 사랑>을 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된다. 두번째 콩깍지 사랑은 바로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정신지체아 민서를 낳고서 생긴 사랑이다. 양수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마다하고 나은 아기. 츨산 후 한동안은 왜 나의 인생엔 이런 슬픔과 불행만 있는가 또 한차례 눈물골짜기를 겪은 후, 눈물이 다 마를 즈음, 민서는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는 사랑으로 다가왔다. 본문에도 나오듯이 사람은 일생동안 열번 된다고 하지만, 여자에게 있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여러 번 다시 되어가는 기회를 제공함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짐작되듯이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내용이 아님에도 그냥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시골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 늘 보고 겪던 동네 풍경에 대한 기억을 다시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의 짐은 누가 갖다가 떠 넘겨 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지고는 너나 할 것 없이 참 많이 괴로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저자의 20대 얘기를 읽으며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바로 장애 어린이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생각이다. 예전보다 사람들의 사고가 많이 열려 있고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나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벽이 있다면 허물을 일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함께 몸담고 부대끼며 사는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의 배려이다. 민서 같은 아이는 그래도 넘치는 사랑을 줄수 있는 부모와 이웃이라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것으로 만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민서도 자라서 꿈과 목표가 있는 성인이 될 것이고 부모가 언제까지나 옆에서 보호막이 되어 줄수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이 쓰여진 2003년에 민서가 네살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여덟살이 되었을 텐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까? 지금도 여전히 동네 사람들의 귀염속에서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크고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부제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이면서 동시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책이기도 하다.

아 참, 이 책에 저자의 이웃 중의 한명으로 나오는 '쌍둥엄마'라는 분. 정말 한번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아무 생각 없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어느 누구를 만나도 "어! 그대에~" 하고 부른다는 이 분을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유. 따지고 재고 하면 머리 아파서 버틸 수 있간?" 어릴 때 할머니께서 쓰시던 말투가 이 책 속에 대화체로 고대로 들어 있어, 읽으면서 킥킥거리기도 했다. "이래도 하루 가고, 저래도 하루 가는 거인디, 웃고 즐기며 살아보자고." 이 말이 한낱 느슨하고 한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로 들리는가. 아니면 고된 농사일과 사는 일에 지치지 않고 버텨 나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처세가 담긴 말로 들리는가.

(책을 선물해주신 마노아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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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5-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쑥스러운 이름 등장^^ 이웃집 쌍둥 엄마 참 정겹죠. 저런 이웃이 곁에 있다면 참 힘이 될 것 같아요. 민서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을 텐데, 씩씩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래봅니다. ^^

hnine 2007-05-05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했던 제 마음과 일치하는 책이었어요. 예, 저런 쌍둥엄마 같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참 힘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