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것들

                                                    조 은 (1960~  )

 

포식하고 싶을 때 굶주렸다
행복을 생각할 때 불행했다
일해야 할 때 쉬어야 했다

어긋나는 삶
어긋나는 빛

결코 내게서 싹틀 수 없는 것들이
버석거리는 내 몸에
또다시

 

사는게 뭐 이런가 생각될 때가 있다. 나는 왜 되는 일이 없냐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그런 말 하는 횟수가 줄어간다.
내 인생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기 때문인가보다.
오히려 감사하고 살자고 스스로 다독인다.
감사하며 살아야할 이유가 넘치도록 많지 않은가.
그래도 안다. 나를 둘러싸고 어긋나는 삶을 피부로 느낄 때의 그 쓴 맛을.
쉽게 격려나 위로를 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안다.

김 서령의 '가(家)'란 책에서 이 시인의 사직동 그 조그맣고 정갈한 집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오늘에야 직접 그녀의 시집을 손에 넣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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