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세트 - 전2권 - 주교의 새 그루터기 실종 사건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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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시간 여행을 꿈꾸게 되는 것일까. 아직은 가능성의 세계로만 존재하는 시간 여행. 진지하게 꿈꾸어 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이 과연 나 뿐일까 궁금해진다.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바로 그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독특한 소설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이 외에도 있지만 독특하다고 한 것은 분명 코니 윌리스만의 개성이라고 보여지는 서술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 다른 시공간으로의 이동을 '강하'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이 이동은 '네트'라고 하는 특수한 지점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다른 시공간대를 왔다 갔다 하는 가운데 역사적 중요한 사건이 연루되면 시공간 편차가 발생하게 되고 인과모순이 일어나게 된다. 이걸 바로 잡아 해결해야만 하는데, 이런 오류와 교란을 바로 잡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동 조절 장치가 작동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는 임의로 사람이 시공간대를 이동하면서 직접 오류를 바로 잡는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기제를 바탕으로 하여 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종류는 아마 이 작품 한가지로 모자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분량이 두툼한 것인지도.

또한 이런 시공간 강하를 반복 하고 나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시차증후군을 겪게 되는데 극심한 피로는 물론이고 정서 체계에도 교란이 와서 평소와 다른 행동과 성격을 보이게 된다.

이 두툼한 이야기의 시작은 2057년을 살고 있던 네 사람과 한 마리 개가 시공간 이동을 통해 1940년 11월 15일 영국 코번트리 성당에 도착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들의 시공간 이동 목적은 2057년에는 이미 부서져서 존재하지 않는 코번트리 성당을 재건하고 싶어하는 한 부호의 명에 따라 코번트리 성당의 잔해중 '새(bird) 그루터기'라는 부속물을 찾아오기 위해서 과거로 이동해온 것이다. 이것부터가 참 독특한 설정이지 않은가? 다른 부속물이나 부속품 다 두고 하필 상상하기도 어려운 '새그루터기'라니. 한번의 시공간 강하로 이미 극심한 시차증후군을 겪는 주인공 네드 헨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혼잡하지 않고 큰 역사적 사건도 일어나기 전, 이를테면 일종의 태평성대라고 할 수 있는 1888년 빅토리아 시대 옥스포드로 다시 이동해간다. 하지만 잠시 휴식은 잠시에서 끝나지 않고 더 복잡한 사건에 연루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새록새록, 적응이 잘 안되었다. 모든 상황이나 이야기 흐름이 내게는 생소하지 않은 데가 없었고, 더구나 이 책을 읽는 도중 다른 책을 섞어 읽느라 간격이 있어서 그랬는지 점점 이해도가 떨어져만 갔다. 그럼에도 읽기를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매력이 분명 있어서 1권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1945년생. 칠십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 작가는 얼마나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궁금해져서 youtube에서 '코니 윌리스'라는 이름으로 검색하여 인터뷰 동영상 몇개를 유심히 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심오하고 진지한 인상이라기 보다는 아주 유쾌하고 달변의 할머니였다. 아니, 할머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 소재로 지금까지 나와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앞으로 쓸 작품은 그중 어떤 것 하고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작가가 미국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공간이 줄곧 영국인 것도 재미있다.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전율했던 대목이 있다. 시공간 이동하면서 그 시대의 생물체를 가지고 혹은 데리고 이동했을 경우, 아무런 역사적 효과 없는 생물체는 과거에서 미래로 데려가도 아무 상관없지만 역사적 효과나 의미가 있는 생물체의 경우엔 큰 교란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선 아주먼드 공주라는 이름의 고양이 한마리를 실수로 데려오는 일이 일어났는데 그 사건 전후로 해서 발생하는 편차의 정도가 크지 않은 것을 보고 이 고양이 한마리의 존재 가치가 크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생물로 간주된다고. 이것이 주는 의미란 무엇일까.

2권의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그때까지 해결되지 않던 수수께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시공연속체의 자체 조정 기작에 의한 것으로 마무리지어 해결되는 듯한 느낌도 좀 아쉬웠다.

코니 윌리스의 작품중 비교적 덜 무겁고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 <개는 말할 것도 없고>라는 다른 사람들의 평을 읽고 절망한다.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생소한 주제와 소재에, 따라가기 어려워하며 읽는 독자도 분명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가 묻는다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 그리고 나 또한 계속해서 이런 쪽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라도 상상력과 사고의 범위를 넓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편협한 독서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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