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조선일보에 연재되던 소설이다. 연재 시작 전 부터 조선일보에 광고가 많이 났더랬다. 그림을 그린 권 신아와 함께. 마침 작가의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관심있게 읽고 난 후라, 연재될 때 한동안 따라 읽다가 놓쳐버렸었다. 그러다보니 내용을 이미 아는 것도 같고 사실 그런 것도 아니기도 해서, 책으로 나온 후에도 금방 찾아 읽지 않고 있다가 며칠 전 해적님 올리신 글을 보고 마침내 읽어내렸다 단숨에.
서른이 넘어서면 당장 '명랑사회 건설의 암세포 취급 (112쪽)' 을 당하는 대한민국에서 미혼여자로 살기를 경험해 본 나이지만 책 속의 '오 은수'에게 100% 공감이 갔다고는 말 못하겠고, 요즘의 30대 미혼 여성들의 생각은 이렇군 하고 단정짓지도 않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느 한 세대를 한 색깔로 단정짓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이 세상에 너무도 많은 종류의 자동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차도 좋고 저 차도 끌리는데 어떻게 단 한대만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115쪽)' 오 은수의 이 말은 결혼상대에 적용되어도 전혀 무리가 없어보인다.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막연한 전제 아래 갈팡질팡하는 삶, 이것도 저것도 모두 시덥지 않게 여겨지는 것, 기대와 실망의 연속, 조바심과 진땀.
사실은 그만하면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콜라처럼 톡 쏘는 것이 인생은 아니라고, 쿨한 인생이란 도대체 어떤 인생을 말하는 것이냐고, 그런 인생이 있기는 하냐고. 오 은수에게 왜 가진 것이 없고 이룬 것이 없는가. 무엇을 가져야 가진 것이고 어느 정도 되어야 이룬 것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제 서른 둘에, 결혼할 상대가 아직 없음이 인생을 가진 것 없고 이룬 것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단 말인가.
내가 거쳐온 그 시기, 또 많은 여자들이 건너야 할 그 강을 축복하는 심정이 될수 없음이 읽는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결혼 가능성 있던 상대들과의 관계 진행 상황 그리고 오 은수 친구들의 그 30대 미혼의 강 건너기 과정, 아무튼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리라. 50대 엄마의 가출 사건의 소설 전체에서의 위치는 무엇일까, 또 태오와의 관계를 과연 긍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까 궁금증을 잠깐 가져본다.
TV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