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2
최은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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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봄. 그럼 오늘은?

그때가 봄이었는지 당시는 몰랐으리라. 지나간 후, 한 시절이 마감했음을 알게된 후, 우리는 쓸쓸한 노래로 그때를 회상할 뿐이다.

이 소설의 "나"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과 남편을 둔 서른 아홉의 여자이다. 누구나와 같으면서 누구와도 다른 그 나이때 여자. 10년 전 등단했으나 아직 자기 이름의 책을 내본 적 없는, 그래서 여전히 여기 저기 출판사에 소설을 투고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업은 없지만 매일 쓸 거리를 들고 동네 카페에 가서 아이 올때까지 글을 쓴다.

'경찰관은 나에게 2층으로 오라고 했다' 라는 첫 문장은 화자인 그녀가 작품을 위해 자문이 필요하여 동네 경찰서를 찾아가는 장면을 여는 문장이다. 그때가 3월 중순. 봄이 막 시작하고 있는 시기였다.

이후로 그녀는 하루에 하나씩 경찰관에게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질문을 보내고 경찰관은 답변을 보내는 식으로, 그렇게 한 경찰관과 그녀 사이에 대화창이 열리게 된다.

봄이라는 계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제목에도 이용한 것은 작품의 주제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봄은 짧아서, 추위가 가셔서 봄인가 하면 어느새 여름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하는 때가 온다. 그래서 봄은 잘 누려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착실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남편, 소심하고 예민하지만 잘 크고 있는 딸. 그 봄은 최소한 가족이라는 이 두 사람에서 벗어난 봄이었고 여름이 막 시작할 무렵에서 끝을 맺고 있으니 짧은 시간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자람 없이 다 쏟아내는 작가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소설에 꼭 서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편견이고 착각인지 모른다. 대단한 사건 없이도 이렇게 단숨에 읽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는 힘. 이것은 무어라고 불러야할까. 나는 한편의 소설을 읽은 것이라기 보다 작가를 읽었나보다. 무심하게, 그러면서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들. 작가는 이렇게 쓰느라 더 어려웠을까 덜 어려웠을까. 이건 작가의 이야기라고 자꾸 믿게 만드는 페이지 페이지 그 어디에도 과욕과 과장이 보이지 않는다. 소설 속 그녀가 자기가 쓰고 있는 소설 내용을 말해주자 듣고 있던 그 경찰관도 이거 혹시 그녀의 이야기 아닐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했고, 그녀는 지난 10년간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이 그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은미 작가의 장편 <아홉번째 파도>를 읽고 나서 전작 <목련정전>이나 <너무 아름다운 꿈>도 읽어볼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어떻게 <어제는 봄>이라는, 중편 단행본을 먼저 발견하게 되었다. 그날로 다 읽어버렸다.

'나를 극복하고 너에게 가는 길은 이렇게도 멀어서'

마지막 페이지의 이 문장이 자꾸 입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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