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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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디자인이라는 말은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가. 단순히 어떤 물체의 모양을 결정하고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건축물 처럼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대형 프로젝트 기획, 인생의 행로 계획 처럼 눈에 안보이는 것에까지 두루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디자인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독점 영역이 아니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디자인 분야 종사자도 아니고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따로 갖고 있지도 않은 내가 이 책을 선뜻 구입해서 읽어보게 된 것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놀라운 학습 능력은 짧은 기간에 디자인을 보고 읽는 방법을 체화했고 세세하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지던 것들까지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예전이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소비하던 대중이 생산과 설계까지 주무르는 전혀 다른 양상의 좋은 시절이다.(5쪽)

 

저자의 말처럼 이제는 대중이 소비뿐 아니라 생산과 설계까지 해내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동영상이라는 수단으로 검색부터 학습까지 쉽게 할 수 있게 한 시대가 된 것은 어쩌면 디자인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 대해 탈전문화를 부채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대에 부응하여 저자는 이전에 출간된 <디자인 캐리커처>라는 책을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하여 제목을 <더 디자인>이라고 바꿔 출간하였다고 한다.

 

먼저 출판된 <디자인 캐리커처>가 디자인이라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거나 디자이너의 진로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사전 지식을 요약하고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의미였다면 이번에 제목이 바뀌어 나온 <더 디자인>은 이제까지의 디자인이 각각의 항목에서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모양으로 명멸했는지를 더듬는 회상이 될 것이다. (5쪽)

 

상표, 의상, 디자이너, 건축, 가구, 조명, 자동차, 비행기, 이렇게 디자인 분야를 나누었고 각 분야에서 사람들이 들으면 알만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물건 혹은 사람에 대해 그림과 글로 설명하는 방식은 간단하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긴 했다. 하지만 식상한 면도 있었다. 전문적이기 보다는 일반적인 내용을 담겠다는 기획이고보니 누구나 다 아는 정도의 내용에 그림만 덧붙인 구성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텐데 다행히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지식이 어느 정도의 심도와 주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수집된 지식이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연륜, 특히 현대 디자인에 대해 정리되고 고찰을 거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썼다는 느낌이 책 전체에서 전달되었다.

디자인에 관한 책이니만큼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을것이라고 기대할지 모르나 이 책에는 사진이 한 장도 들어있지 않다. 가구, 건축, 인물, 의상, 설명에 언급된 모든 디자인 제품을 철저하게 저자의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니 (기획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특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했을 것이다. 그림도 복잡하지 않고 특징적으로 그려져서 보기 편했고 내용 요약과 비유 설명을 잘 해놓아서 읽는 도중 몇번이나 저자의 이력을 펼쳐보게 되었다. 이런 점 덕분에, 너무 내용이 간단하다는 단점을 넘어서 읽기를 잘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하니 다행이었다.

책의 대부분은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더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만화가 끝나고 난 후 P.S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그림 없이 글로만 채워진 삼십 여 쪽 분량을 통해 저자는 디자인의 기원과 윤리, 현대 디자인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써놓았다.

 

다음 인용 부분은 어떤 것이 좋은 디자인인가, 디자인과 예술은 어떻게 달라야 하고 구별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 분야의 의미 있는 진보나 혁신에는 새로운 즐거움과 활력소는 있으되 눈살을 찌푸리는 충격은 없다는 점이다. 순수 예술의 아방가르드 전장과 달리 디자이너들이 대중과 비슷한 마음과 태도로 편리와 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은 여전히 일상과 가까운 곳이며 함께 느끼고 누린다는 원칙이 폐기 처분되지 않았기에 그곳은 아직 예측을 불허하고 서민들의 삶을 아랑곳하지 않고 튀는 경쟁만을 일삼는 전쟁터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73쪽)

순수 예술의 아방가르드에 있는 예술가들이 읽으면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디자인과 순수 예술은 그 목적부터가 이렇게 구분되는 분야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었다.

 

이분의 다른 저서들을 훑어보니 관심이 커진다. 특히 이 책의 후속편 <더 디자인 2>, 그리고 <과학자들>은 읽어봐야겠다.

다만, 말했다시피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정리 요약은 무척 잘 되어 있으나, 자세하고 심도있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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