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보다 정직한게 손이 아닐까 한다.
키도 크고 미인이셨던 나의 이모는 머리 손질도 집에서 직접 하시기 보다 미장원에 가서 손질받으실 때가 더 많을 정도로 멋장이셨다. 같은 옷을 입어도 품새가 다르셔서, 누가 봐도 귀티나는 이모와 함께 어딜 가거나 길을 걷노라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외모의 반전은 이모의 손에서 나타났다. 엄격한 시어머니와 까다로운 이모부와 한집에 살면서 집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미시고 사시는 이모의 일상이 드러나는 손이다. 거칠고 구불구불 관절이 불거진 손. 그 당시 편찮으셨던 이모부 간병까지 하셔야 했기 때문에 이모의 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으리라.
키가 작으시고 이모처럼 미인은 아니셨던 우리 엄마는 손 만은 이모보다 고우셨다. 직장생활 하시느라 직접 살림은 하지 않으셨고 부엌에도 직접 들어가시는 일이 거의 없으셨던 엄마였다.
오늘 아침 캘리포니아에서 시골 생활을 하신다는 어느분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텃밭 가꾸시고, 한국에서도 못보는 시루에다 떡도 찌시고, 빵도 만드시고, 바느질도 단정히 해서 꾸민 화려하지 않으면서 정이 가는 집, 그 누구와의 집과도 다른 집이었다.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으셨지만 사진에 언뜻 언뜻 보여지는 그분의 손. 예전에 보던 이모의 손을 보는 것 같았다. 옹이 지고 거칠고 주름 많은 손.
의학의 힘으로 얼굴의 수정, 보완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요즘은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사람 찾는게 어렵지 않는 시대가 되었으나 손은 아직 얼굴보다 솔직한 것 같다.
여자손이 그렇게 크고 못생겼냐고, 학교때부터 친구들로부터 장난말을 들어온 나의 손. 그 당시엔 얼굴도 아니고 손 좀 못생기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었지만 나이가 좀 들고 여전히 손이 예쁘고 가녀린 사람들을 보면 나도 지금이라도 손을 가꾸면 저렇게 될까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보다 더 나이가 든 지금은 내 손의 솔직함을 받아들이자는 쪽이다. 내 손이 거칠어질수록 그 속엔 내가 보낸 시간이 새겨지는 것이고 내가 건강하게 활동하고 그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다듬고 노력하며 살았다는 것인데. 내가 내 손을 한번씩 쓰다듬어 주고 기특해해야지.
말주변이 없는 사람에게 손은 또하나의 입이 되어줄수도 있다. 사랑한다, 응원한다, 격려한다는 말 잘 못하겠으면 손 한번 꼭 잡아줄 수도 있고, 어깨를 토닥여줄수도 있고.
내 손. 못생겨도 자랑스런 내 손.
신부입장
- 신미나 -
날계란을 쥐듯
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
드문 일이다
두어마디가 없는
흰 장갑 속의 손가락
쓰다만 초 같은 손가락
생의 손마디가 이렇게
뭉툭하게 만져진다